19일 오전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유족 김미란(41·여)씨는 서울 종로구의 환경보건시민센터 사무실에서 전날 나온 환경부의 3차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조사·판정 심의 결과를 설명하며 오열했다. 산소통에 의존하던 김씨의 아버지는 지난해 10월 세상을 떠났다.
센터 측과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잘못된 기준에 따른 정부의 판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 판정 기준이 개선될 때까지 3~4단계 판정은 보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센터 측은 정부가 지난 18일 발표한 3차 판정결과를 보면 지원대상인 1∼2등급(관련성 확실·관련성 높음)은 판정대상(165명)의 21%인 35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비지원 대상인 3∼4단계(관련성 낮음·관련성 거의 없음)가 130명으로 대부분(79%)이다.
특히 정부의 건강모니터링 대상에도 들어가지 않는 4단계 피해자가 절반에 가까운 49.1%다. 판정대상 중 사망자 46
명의 결과만 봐도 1∼2단계는 37%인 17명, 3∼4단계는 63%인 29명에 이른다.
최예용 센터 소장은 “제한적인 기준만으로 엉터리 판정을 했다”며 “원인을 알 수 없는 폐섬유화증을 뜻하는 ‘특발성폐섬유화증'에 가습기 살균제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입증이 없는 상태에서 3∼4등급은 판정은 보류하는게 맞다”고 주장했다.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취지다.
3차 판정에서 폐 이외 질환자와 일부 피해자들이 ‘억울한 등급’을 받자 4차 신청 피해자들도 판정 결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김홍석(51)씨는 홈플러스 제품을 사용하다 2009년 6개월 난 딸을 잃었다. 심장이 좋지 않았던 딸은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뒤 기침을 하고 열이 끓더니 세상을 떠났다. 김씨는 “4차 접수를 해뒀는데 이런 판정 결과로는 기대할 게 없다. 기저 질환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한 판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조오섭(71)씨 아내는 2009년부터부터 옥시 제품 쓴 뒤로 아내가 6개월 내내 감기를 앓더니 폐섬유화로 2010년 7월 숨졌다. 조씨도 숨이 가빠 병원에 갔더니 기관지 폭이 줄어들었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지난 4월에 4차 피해접수를 했는데 3차 결과를 보니 불안하다”며 “이번 국정조사 기간까지 확실히 등급판정기준을 재정비해 정부가 정확한 결과를 내놓고 국민들의 건강과 재산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소장은 “폐 이외의 장기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와 기저질환이 가습기살균제로 더 악화됐을 가능성을 모두 받아들여 정확한 판정 기준을 속히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