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성 경찰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의 쟁점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아들에 대한 ‘의경 근무 특혜 의혹’과 이 후보자의 ‘음주운전’이었다. 청문회는 이 내정자가 23년 전 음주운전으로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신분을 속인 점이 드러나면서 파행 위기를 맞기도 했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는 19일 오전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었다. 야당 의원들은 우 수석과 이 후보자의 관계에 대한 질문을 쏟아냈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질의 자료를 통해 이 후보자가 우 수석 아들의 ‘의경 특혜 과정’에 개입했을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표 의원은 “이 후보자가 청와대 정무수석실 치안비서관으로 재직할 때 우 수석 아들이 당시 서울경찰청 경비부장으로 근무하던 이상철 서울경찰청 차장 운전병에 배치됐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자는 2014년 9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청와대 정무수석실에 파견돼 치안비서관으로 근무했다. 우 수석은 지난해 1월부터 현재까지 재직하고 있다. 이 시기를 비롯해 이 후보자는 33년 6개월 경찰 경력의 37%인 12년 3개월을 청와대에서 보냈다. 표 의원은 “19대 대선과정을 책임지는 경찰총수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우 수석 아들을 ‘꽃보직’에 배치하고 특혜를 주도록 압력을 행사한 인물을 경찰이 비호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는데, 이 후보자가 관여한 바 있는가”라고 추궁했다. 이에 이 후보자는 “우 수석과 일면식도 없고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며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가 1993년 음주운전 사고를 낸 뒤 조사과정에서 직업을 숨겨 징계를 면한 사실도 드러났다. 여야 의원들이 징계 기록 등을 제출하라고 거듭 요구하자 이 후보자는 “당시 조사를 받는데 너무 정신없고 부끄러워 직원에게 신분을 밝히지 못했기 때문에 징계 기록이 없다”고 고백했다. 또 “드릴 말씀이 없다. 그 때로 돌아간다면 신분을 밝힐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후보자는 2008년 KBS이사회 노사대립, 2013년 밀양송전탑 반대시위 등에 대한 경찰의 과잉 진압 논란에는 “지휘책임자로서 정당한 법 집행을 했다”며 “지금도 그런 원칙을 갖고 있다”는 소신을 밝혔다. 지난해 민중총궐기 집회 진압 과정에서 경찰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 중태에 빠진 백남기 농민에 대해서는 “몹시 송구스럽다. 검찰 수사로 경찰 잘못이 밝혀지면 제가 사과 드리겠다”고 말했다.
전수민 임주언 기자 suminism@kmib.co.kr
음주사고 내고 직업 숨겨 징계 피한 경찰청장 후보자
입력 2016-08-19 1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