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여제’ 박인비(28)가 금빛 홀컵을 정조준했다. 반환점을 통과한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여자골프 개인전 2라운드에서 단독 1위로 올라섰다. 금메달 경쟁자로 예상했던 리디아 고(19·뉴질랜드), 아리야 주타누간(21·태국)을 멀찌감치 따돌려 골든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바짝 다가섰다.
한국 여자골프대표팀의 맏언니 박인비는 18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바하 올림픽 골프코스(파71·6245야드)에서 열린 리우올림픽 여자골프 2라운드에서 5언더파 66타를 적어냈다. 이틀 연속 5언더파를 치는 안정적인 라운딩으로 리더보드 가장 높은 곳에 이름을 올렸다. 중간합계는 10언더파 132타다.
2위 스테이시 루이스(31·미국)를 1타 차이로 따돌렸다. 루이스는 첫날 1언더파로 다소 주춤했지만 2라운드에서 8타를 줄여 데일리 베스트를 기록하고 박인비를 바짝 추격했다. 중간합계는 9언더파 133타다. 리디아 고, 주타누간이 예상 밖으로 부진한 상황에서 박인비의 금메달을 견제할 사실상 유일한 대항마다.
주타누간은 2라운드를 단독 1위로 출발했지만 박인비의 추격을 의식한 듯 급격하게 흔들리면서 이븐파를 적어내고 공동 8위(6언더파 136타)로 내려갔다. 리디아 고는 3언더파 139타로 공동 22위다.
박인비는 조용하면서 담대하게 코스를 차근차근 점령했다. 4번홀(파3)까지 파 퍼트로 선두권과 간격을 유지하고 5번홀(파5)에서 버디를 쳐 기세를 올렸다. 7번홀(파4)에서 기록한 보기는 9번홀(파4)의 버디로 만회했다. 10번홀(파5)과 15번홀(파4)에서 버디를 낚아 찰리 헐(20·영국)과 공동 2위까지 따라갔다. 루이스와는 1타차. 루이스와 헐은 이미 라운딩을 마친 뒤였다. 박인비는 마지막 18번홀(파5)까지 두 홀 연속 버디 퍼트에 성공해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리우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집계한 박인비의 그린적중률은 94.44%. 60명의 출전선수들 중 1위다. 90%대 안으로 진입한 선수는 박인비가 유일하다. 드라이브 비거리(221.9m)와 페어웨이 안착률(84.62%)도 상위권이다.
박인비는 오랜 슬럼프에 시달렸다. 올 시즌엔 손가락 부상까지 겹쳤다. 리우올림픽 출전을 고민할 정도로 정상의 몸 상태가 아니었다. 하지만 특유의 침착함과 담대함으로 안정적인 라운딩을 진행하면서 ‘침묵의 도살자’의 면모를 보여줬다. 오는 20일 4라운드까지 1위를 지키면 4대 메이저대회에 올림픽 금메달까지 추가한 골든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할 수 있다.
전인지(22)는 중간합계에서 주타누간과 동타를 쳐 공동 8위에 올랐다. 양희영(27)은 4언더파 138타로 공동 17위, 김세영(23)은 1타 뒤진 공동 22위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