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서울법원종합청사 425호 법정. 하늘색 수의(囚衣) 차림에 흰색 운동화를 신은 신영자(74)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법정에 들어섰다. 왼손엔 검은색 스포츠용 전자시계가 채워져 있었다. 화장기 없이 초췌한 얼굴의 신 이사장은 피고인석을 향해 걸어가는 동안 재판부를 향해 연신 고개를 숙이더니, 좌석에 앉고 난 뒤에는 울음을 터트렸다. 지난달 6일 영장실질심사 법정에 이어 '두 번째 눈물'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현용선) 심리로 이날 열린 신 이사장의 횡령·배임 혐의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신 이사장은 재판 내내 눈을 감은 채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이 반드시 출석할 의무가 없지만 신 이사장은 이날 법정에 나왔다.
재판부가 인적사항을 확인하자 신 이사장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양손을 앞으로 가지런히 모았다. 직업을 묻자 신 이사장은 작은 목소리로 “재단 이사장입니다”고 답변했다. ‘앉아서 답변해도 된다’는 재판부의 만류에도 자리에 앉지 않았다.
재판은 별다른 진전 없이 13분 만에 끝났다. 신 이사장 측 변호인은 “수사 기록을 다 검토하지 못했다”며 “변론 준비가 완료되지 않아 유무죄 판단에 대한 의견은 다음기일에 밝히겠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다음달 1일 한 차례 더 공판준비기일을 열기로 했다.
신 이사장은 롯데면세점·롯데백화점 입접과 매장 위치를 변경해 주는 대가로 35억원의 뒷돈을 챙기고 회삿돈 47억3000만원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그는 2012년 10월 브로커 한모(59·구속 기소)씨를 통해 정운호(51·구속 기소)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롯데면세점의 입점 점포 수를 늘리고, 기존 매장의 크기를 확장해 달라는 청탁을 받은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