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태권도 경기가 전반적으로 지루하고 박진감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히려 변화된 채점 방식과 전자호구 도입 등이 태권도 본연의 재미를 반감시킨 게 아니냐는 것이다. 국제태권도연맹(WTF)은 이같은 여론을 의식해 태권도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모색해왔다. 태권도 전자호구와 채점 방식은 정확히 어떻게 이뤄지고 있을까.
전자호구시스템은 2009년 코펜하겐 세계선수권대회부터 도입됐다. 2008 베이징올림픽 때만 해도 선수들은 보호 기능만 갖춘 호구를 착용했다. 심판이 직접 채점을 하는 과정에서 판정시비가 오갔다. 이러한 문제를 줄이자는 차원에서 WTF는 전자호구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2012 런던올림픽 때 몸통호구에 한해 전자시스템이 도입됐다. 머리 부위의 공격은 심판이 직접 채점했다. 지난해 멕시코 세계선수권대회부터는 머리호구에도 전자시스템이 적용됐다. 그러나 ‘닭싸움’ ‘발펜싱’이라는 비난 섞인 말들이 나왔다. 전자호구가 도입됐지만 선수들은 점수를 따기 위한 공격만 펼쳤다. 박진감 넘치는 화려한 발차기는 줄었고, 센서끼리의 접촉을 노린 변칙공격, 다득점을 노린 단순한 머리공격들이 주를 이뤘다.
이번 리우올림픽에서도 머리와 몸통호구에 모두 전자센서를 적용했다. 단순한 접촉에 점수가 올라가는 건 아니다. 일정 강도 이상의 충격이 호구에 전달돼야 점수를 얻게 된다. 단, 얼굴부위 공격에 의한 득점은 심판이 판정한다. 머리 호구가 얼굴을 감싸지 않기 때문에 자동채점이 힘든 탓이다. 이 때문에 발이 상대선수의 얼굴을 스쳤는지 유무를 심판이 직접 판단한다.
여기서 궁금점이 하나 있다. 머리 공격은 왜 스치기만 해도 점수를 줄까. 이는 선수를 보호하기 위한 차원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머리 부위에 강력한 타격이 가해졌을 때 선수들의 큰 부상으로 이어질 것을 염려해 이같은 규칙을 권고했다.
점수제의 변화도 있다. 기존에는 몸통공격 1점, 몸통회전공격은 2점을 줬다. 스치기만해도 3점을 주는 단순한 머리 공격 시도가 늘자, 올림픽에서 몸통회전공격 성공시 3점을 주기로 결정했다. 단순한 머리공격이나 몸통회전공격이 같은 점수를 받는다. 또 양발차기, 연속차기 등 몸통만 제대로 노려도 순식간에 다득점이 가능해졌다. 대신 고난도의 머리회전공격을 성공하면 4점을 준다.
기존 정사각형 경기장은 가로세로 8m 정팔각형 모양으로 바뀌었다. 선수들이 공격을 피해 달아나는 것을 막으려는 취지다. 사각지대가 줄어들어 도망가는 게 쉽지 않다. 또 넘어지거나 적극적인 공격을 하지 않을 때에는 경고가 주어진다. 경고 2개를 받으면 상대 선수에게 1점을 헌납하게 된다.
변화를 거듭한 태권도는 한국선수들에게 어떻게 작용할까. 단순한 머리공격이 주효했던 시절에는 상대적으로 다리가 긴 서양 선수들이 유리했다. 이젠 몸통 공격으로도 다득점이 가능하고, 일정 강도 이상의 타격이 가미된 공격이 필요하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앞서는 한국선수들이 꼭 불리하다고 볼 수 없는 상황이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