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했지만 승자를 축하해주며 웃었다. 스스로 즐기는 모습을 보여준 이대훈(24)은 한국 태권도 간판스타로서의 품격을 보여줬다.
이대훈은 18일(현지시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태권도 남자 68kg급 8강에서 요르단의 아흐마드 아부가우시에게 패배해 준결승 진출이 무산됐다. 가장 강력한 금메달 후보였던 만큼 아쉬움은 더 컸다.
하지만 패배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대훈은 오히려 아부가우시의 팔을 번쩍 들어올리며 우승을 축하해줬다. 웃는 얼굴로 박수를 보냈다. 자신을 꺾은 상대를 예우하는 모습에서 공격과 제압이 아닌, 심신수양을 목적으로 하는 태권도 정신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관중들은 두 선수가 서로 인사하고 퇴장할 때까지 환호를 보냈다.
이대훈은 8강전 패배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경기에 지면 속으로는 아쉽고 헤드기어를 던지고 싶은 생각도 든다. 그러나 상대를 존중해주는 입장이 되고 싶었고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승패에 연연하기보다 경기 자체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이대훈은 “올림픽에서 메달을 못 따도 내 인생이 끝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올림픽 메달리스트라는 타이틀을 평생 갖고 살 것도 아니다”며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또 하나의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졌다고 기죽어 있고 싶지 않다”고 했다. 메달과 기록보다 값진 스포츠인의 품격을 보여줬다.
이대훈은 연달아 열린 동메달 결정전에서 자우드 아찹(벨기에)을 11대 7로 꺾으며 지난 대회 은메달에 이어 이번 대회 동메달을 거머쥐었다.
고승혁 기자 marquez@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