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국영TV 여성 앵커들에 “살 빼” 명령 논란

입력 2016-08-18 00:35 수정 2016-08-18 14:58
이집트 국영TV의 ‘여성 폄하’ 논란을 보도한 영국 BBC방송. 사진 속 여성 앵커는 카디자 카타브다. 그는 체중 감량 지시를 받았다. BBC 캡처

이집트 국영방송사인 ERTU가 여성 앵커 8명에게 살을 빼라고 지시해 논란이 되고 있다고 영국 BBC방송이 17일 보도했다.
ERTU는 여성 앵커에게 1개월간의 체중 감량 기간을 주고, 이 기간 동안 TV 출연을 금지했다. ERTU 사장은 앵커 출신인 여성이어서 더욱 논란이 되고 있다.

체중 감량 지시를 받은 앵커 카디자 카타브(사진)는 최근 자신이 출연한 TV 화면을 공개하며 “내가 정말 살을 빼야 할 정도냐”고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앵커는 가족이 충격을 받았다고 BBC는 전했다.

여성단체들은 “헌법 위반이자 여성에 대한 언어폭력”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집트 미디어 전문가 사이에서는 설전이 벌어졌다. 하지만 논란에도 불구하고 ERTU는 번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인터넷에서는 여성 앵커를 지지하는 네티즌과 회사의 지시에 문제가 없다고 옹호하는 의견이 쏟아져 나왔다. 일부 네티즌은 “여성 사장이 용감하다”고 지지했다. 논란은 의회로까지 번졌다. 한 의원은 “앵커들이 다소 통통하긴 해도 우아한 아름다움을 가졌다”는 모호한 입장을 내놓았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