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결방’에 대한 시청자 항의가 쇄도하고 있다. 시청자들은 “올림픽을 안 보는 시청자들의 시청권을 보장해 달라”고 주장하고, 방송사는 “국가적인 관심이 쏠린 경기들을 중계하는 것도 중요해서 어쩔 수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올림픽 주요 경기 중계를 이유로 드라마 ‘닥터스’(SBS) ‘W’ ‘몬스터’(이상 MBC) 등과 ‘그것이 알고 싶다’(SBS) ‘라디오스타’(MBC) 등 인기 프로그램들이 잇따라 결방하자 시청자들은 ‘보이콧’을 선언하는 등 분노를 표하고 있다. “스토리 전개를 다 잊은 다음에 방송하겠다는 것이냐”거나 “똑같은 경기 중계를 방송 3사가 다 할 필요가 있느냐”는 등의 반응이다.
올림픽 중계권을 비싸게 사들인 지상파 방송 3사는 한국 선수들이 나오는 주요 경기의 중계를 포기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방송사 속내를 들여다보면 좀 더 복잡하다. 올림픽 열기가 예전 같지 않으면서 중계 시청률이 저조하기 때문이다.
방송 3사 월화드라마가 모두 결방한 지난 16일 올림픽 중계 시청률은 방송 3사 시청률을 다 모아봐야 21.5%에 불과하다. 올림픽 중계 시청률 성적은 각 방송사마다 MBC 7.5%, KBS2TV 7.2%, SBS 6.8%에 그쳤다(닐슨코리아 제공).
반면 SBS가 올림픽 중계 대신 ‘닥터스’를 방영한 지난 9일 ‘닥터스’는 시청률 20.6%로 20% 벽을 처음 넘어섰다. 지난 15일 방송분은 20.8%로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올림픽 중계와 무관한 종합편성채널이나 케이블 TV 방송들이 반사이익을 얻기도 했다. ‘최고의 사랑-님과 함께’(JTBC)는 시청률 4.6%를 기록하며 전주 3.2%보다 크게 올랐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올림픽 중계에 들인 돈과 4년에 한 번 뿐인 국가적 관심사라는 점 등을 생각하면 중계를 선택해야 하지만, 손익계산서를 따져보면 ‘포기’하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는 상황인 것이다.
시청자들의 거센 항의도 방송사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수목드라마 1위를 달리고 있는 ‘W’는 11일 결방 이후 일부 시청자들이 보이콧을 선언할 정도로 ‘방송 여부’를 놓고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MBC는 결국 17일 ‘W’의 정상방송을 결정했다. 이날은 ‘함부로 애틋하게’(KBS)와 ‘원티드’(SBS) 등 경쟁작들도 정상방송된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