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제일 불행한 줄 알았는데…” 좌충우돌 개척교회 청소년들 생애 첫 단기선교

입력 2016-08-17 11:27 수정 2016-08-17 11:30

저는 의정부에 청소년들을 위한 작은 공동체, 하늘샘교회를 담임하는 전웅제 목사입니다. 교회는 2007년도에 개척됐지만, 제가 부임할 2011년 12월 당시 정착한 성도는 한분도 계시지 않았습니다. 이전에 청소년부 전도사로 사역을 했던 경험을 살려, 저는 동네 거리에서 놀던 청소년들에게 다가가 복음을 전하는 동시에 누구나 와서 놀고 쉴 수 있도록 교회를 개방했습니다. 그러니 한 명 두 명 놀러오던 아이들이 교회에 정착하고, 예배를 드리게 되어 지금은 4,50명의 청소년과 어린이들이 매주일 교회를 출석하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교회를 전혀 다니지 않던 청소년들에게 예수님을 전하고, 예배를 드리도록 신앙의 태도를 잡아주기까지 5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초등학생이던 아이가 중3이 되었고, 중1이었던 아이는 고2가 되었습니다. 매년 여름, 겨울마다 연합수련회, 자체수련회를 통해서 좀 더 신앙이 성숙해지고, 교회를 통해서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애를 써왔습니다.



하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일반적인 교회의 청소년들은 신앙이 기본이 되어 있는 부모님을 따라 모태신앙이 대부분이지만, 하늘샘에 나오는 청소년들은 그야말로 완전 초짜배기들입니다. 가정마다 이혼, 별거, 가정폭력, 담배, 알코올 중독, 정신지체와 같은 아픔을 가진 아이들입니다. 중1때부터 술담배를 자연스럽게 하는 모습을 보며, 처음에는 저도 충격을 받았더랬지요. 가정에서 부모님의 관심과 사랑을 받으며 자라야 할 아이들이 방치되어 거리를 헤매고, 배를 굶으며 학교에서 무시당하고, 아무런 의욕도, 꿈도 없는 상황에 노출되어 있다 보니 교회로서 해줄 수 있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예배를 드리고, 수련회를 다녀보아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친구와 돈 등 이기적인 목적이 우선이 되는 모습을 보며 실망스럽고, 상처도 받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들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신앙이 약하고 혼자서 이겨내야 하는 아이들이 강력하게 주님의 사랑을 체험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기도하던 중, 단기선교를 떠오르게 하시더군요. 단기선교. 얼마나 좋습니까? 장년 성도들이 많이 계시고, 교회재정이 탄탄한 중대형교회들은 해마다 국내로, 해외로 단기선교를 많이 보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희 하늘샘교회는 장년 성도는 10명 정도에 불과합니다. 수십 명이 되는 아이들 간식과 점심식사, 매달 내야하는 월세를 감당하기에도 벅찬 현실입니다. 그런데 단기선교를 갈 수 있을까요? 아이들과 부모님들을 설득한다고 하더라도, 교회가 감당해야할 막대한 재정은 상당한 부담이 되었습니다.


무거운 부담감 때문에 포기하려고 했으나 성령님은 계속 제 마음을 뜨겁게 하셨습니다. 그리고 지난 1월, 겨울수련회에서 아이들에게 선포했습니다. 올 여름에는 정말 원하는 사람들과 함께 필리핀 단기선교를 갈 것이라고요. 아이들의 반응은 놀라웠습니다. 시큰둥 할 줄 알았는데,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모으겠다고, 한 번도 비행기도 못 타보고 해외도 못 가보았다며 꼭 가고 싶다는 모습을 보며 이 일이 하나님께서 준비하시고 계획하는 일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습니다. 고깃집 서빙을 하고, 설거지를 하고, 치킨 배달도 했습니다. 교회에서도 선교준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선교에 필요한 재정을 위해 드라이플라워 꽃병, 레고팔찌를 아이들이 주말마다 5,6시간씩 만들어서 온라인을 통해 판매했습니다. 감사하게도, 아이들의 땀과 노력이 담긴 정성에 감동이 되신 분들이 한 분 두 분 구입을 해주시더니 하나님께서는 3개월 동안 총 140명의 동역자들을 붙여주셔서 필요한 선교 재정을 채워주셨습니다.



마침내 8월 7일. 하늘샘교회 학생 13명(초등1, 중등3, 고등 9), 청년 2명, 전도사 1명, 외부 스태프 3명, 저까지 20명의 단기선교팀이 파송예배를 드리고 ‘쥬시필(JUCYPHIL , 주님의 씨앗을 필리핀에)’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필리핀 세부로 출발했습니다.

필리핀 세부에 위치한 미션랜드에 짐을 풀고, 김명규 선교사님께서 지난 22년 동안 현지인들과 사역한 이야기를 들으며 여러 마을을 방문했습니다. 세계적인 휴양지인 세부의 아름다운 모습과는 달리, 그곳엔 비참한 현실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세부 막탄 시티의 한 가운데, 방칼이라는 쓰레기 마을이 있었습니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쓰레기를 주워다 팔거나, 외부에서 선교를 올 때 나누어 주는 옷과 음식으로 살아간다고 합니다. 국가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지 않기에, 복지의 사각 지대에서 아무런 희망도 없이 살다가 죽습니다. 하늘샘 아이들과 함께 쓰레기마을에 발을 내딛는 순간, 숨을 쉴 수도 없을 정도의 악취가 먼저 우리를 반겼습니다. 아이들을 인상을 찡그리기도 했고, 이런 데에 왜 왔냐며 불평하기도 했습니다.


조금 더 들어가니, 어린 아이들이 우르르 선교팀을 따라 옵니다. 교회에 도착해서 예배를 드리고 빵와 옷, 음식을 나누어 주고, 사진을 찍어주고, 목욕을 시키고, 비눗방울과 풍선을 불어주었습니다. 더운 열기와 악취 속에서 살면서, 그곳의 아이들은 환하게 웃고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비참한 현실 속에서도, 아이들의 미소는 밝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선교팀 또한 그 아이들을 위해 정성을 다해 준비해온 일들을 웃으며 잘 마무리 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날은 세부에서 가장 높은 산에 위치한 수드론이라는 산마을에 세워진 교회에 찾아갔습니다. 세부라면 바다만 있을 줄 알았는데, 해발 1000m 이상 되는 산 위에서 바다를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오히려 이곳은 추워서 힘들어 한다고 합니다. 전날과 같이 예배를 드리고, 동일하게 선교 사역을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교회 옆 땅을 개간해야 해서 남자아이들은 생애 처음으로, 삽질과 곡괭이질을 했습니다. 여자아이들은 옥수수 밭에 들어가서 잡초를 솎아냈습니다. 땀이 비오듯 흐르는 가운데에서도, 즐겁게 섬기는 아이들을 보며 고맙고 뿌듯했습니다.

어느새 시간이 흘러, 마지막 힐루뚱안이라는 섬 마을에 들어가게 됐습니다. 이 섬의 절반은 관광지로 개발됐지만 나머지 절반은 관광지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버리고, 그곳에서 사람들이 살아갑니다. 섬 마을에서 예배를 드리면서, 눈물이 났습니다. 오늘밤이면 우리들은 돌아가지만 이 사람들은, 어린 아이들은, 똑같은 환경에서 계속 살아가야 할 현실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사역을 마치고 돌아가는 배까지 따라와 배웅해주는 아이들에게 손을 흔들면서 약속의 말을 외칩니다. “꼭 다시 올게!! 그 때 까지 건강해!!”


4박 6일간의 필리핀 세부 단기선교를 마치면서, 아이들의 마음과 생각과 태도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저마다 자신이 처한 상황이 가장 불행하고, 부모를 잘 못 만났기 때문이라고, 환경이 남들과 같지 않다고, 불평하고 되는 대로, 꿈이 없는 대로, 그런 것을 당연히 여기던 마음이 선교지의 아이들을 만나면서 완전히 부서졌습니다. 내가 처한 환경이 그래도 낫구나, 나보다 못한 곳에 있다고 내가 경멸하고 무시할 게 아니구나, 이곳 아이들의 웃음이 나보다 행복해 보인다며, 마지막 밤 아이들은 자신의 고백을 솔직하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뜨거운 찬양이나 기도회, 집중적인 말씀의 시간을 통해 예수님을 만날 수도 있지만 선교를 다녀온 하늘샘 친구들은 필리핀 아이들의 맑은 눈을 바라보며, 물티슈로 손을 닦이고, 목욕을 시켜주며, 풍선과 비누방울을 불어주며, 말이 안 통하지만 함께 웃고 이야기하며, 그 순간 예수님을 만났다고 고백합니다. 너무나 행복하고 감사한 시간이었다고 고백합니다. 그래서 다시 선교지로 가고 싶다고 결단하며, 약속합니다. “목사님! 저희 꼭 또 다시 선교가요!!” 감사합니다. 주님. 오직 주님이 하신 일입니다.


경기도 의정부 하늘샘감리교회 전웅제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