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의 메달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진정한 스포츠 정신을 보인 선수들의 미담이 리우올림픽을 훈훈하게 만들고 있다.
뉴질랜드 출신 니키 햄블린은 16일(한국시간) 열린 리우올림픽 여자 육상 5000m 레이스 도중 바로 뒤에서 달리던 미국의 애비 디아고스티노와 다리가 뒤엉키며 넘어졌다.
쓰러진 햄블린을 향해 디아고스티노는 “일어나 완주해야지”라며 손을 내밀었다. 둘은 이날 처음 본 사이였지만 디아고스티노의 한마디에 햄블린은 다시 힘을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정작 디아고스티노는 넘어지면서 입은 무릎 통증 탓에 더 이상 달리기가 어려웠다.
이번에는 햄블린이 힘을 불어 넣어줬다. 그는 뒤따라오는 디아고스티노를 향해 “조금 만 더”를 외쳤다. 햄블린은 결승선을 넘은 뒤 디아고스티노를 기다렸고 ‘새로운 친구’와 진한 포옹을 나눴다.
이날 햄블린은 16분43초61로 결승선을 통과했고, 디아고스티노는 17분10초02를 기록했지만 더 이상 기록은 의미가 없었다. 경기감독관은 충돌 과정에 고의성이 없었다고 보고 결선에 나갈 수 있는 어드밴티지를 줬지만 디아고스티노는 부상이 심해 경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햄블린은 “나는 결코 이 순간을 잊지 않을 것”이라며 “사람들이 20년 후에 리우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면 이 이야기를 해주겠다”고 말했다.
AP통신은 “이집트 선수가 이스라엘의 상대와 악수를 거부하고 프랑스의 장대높이뛰기 선수가 관중들로부터 야유를 받는 등 몇 가지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고면서 “햄블린과 디아고스티노는 올림픽 정신에 대한 기억을 남겼다”고 평했다.
서완석 체육전문기자 wssuh@kmib.co.kr
여자육상 5000m에서 빛난 올림픽 정신
입력 2016-08-17 07: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