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한진해운 실적 악화, 멀어지는 정상화

입력 2016-08-16 21:08
조선·해운 부실의 대표업체인 대우조선해양과 한진해운의 적자폭이 갈수록 확대되면서 정상화에서 멀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올해 상반기에만 1조원 넘게 순손실을 봤고 한진해운도 컨테이너 운임 하락 등으로 2분기에 대규모 적자로 돌아섰다.

대우조선은 올 상반기 연결 재무제표 기준 매출액 6조9201억원, 영업손실 4499억원, 당기순손실 1조1895억원을 기록했다고 16일 공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9500억원 줄었다. 영업손실은 7800억원 정도 줄었지만 당기순손실은 1500억원 늘었다.

당기순익은 기업이 일정 기간 순수하게 얼마를 벌어들였는지를 말한다. 영업이익은 개선됐어도 부실은 심해졌다는 의미다.

대우조선 측은 “회계법인의 보수적 감사로 적자폭이 확대됐다”고 주장했다. 일부 해양프로젝트에서 선주와 합의된 인센티브 등을 인정하지 않았고 선주 측 요구로 공사가 연장된 부분 역시 지체보상금 발생을 이유로 손실 처리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또 동종 업체들과 달리 이연법인세의 자산성을 인정하지 않아 당기순손실이 대폭 확대됐다고 덧붙였다. 이연법인세 자산은 추후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법인세 감소 효과를 자산에 미리 반영하는 것이다. 대우조선은 보수적 감사 영향을 제외하면 손실 규모가 대폭 축소된다고 강조했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이번에 손실이 반영된 프로젝트들은 현재 주문주와 연말 인도를 합의하는 등 정상적으로 건조가 진행 중이라 실제 인도 시에는 추가 이익이 반영될 수 있다”고 말했다. 회사는 이연법인세 자산성도 올 하반기에 수익이 개선되면 일부 이익으로 다시 반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우조선과 채권단은 회사 정상화를 앞당기기 위해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자구 노력과 추가 자구안 실행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대우조선은 경남 거제에 보유 중인 아파트 부지를 비롯한 자산을 매각해 연말까지 추가 유동성을 확보키로 했다.

한진해운은 올 상반기 연결 재무제표 기준으로 매출액 3조250억원, 영업손실 3446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1078억원 줄고, 영업이익은 1863억원에서 큰 폭 적자로 전환했다. 1271억원이던 당기순이익도 4730억원 손실로 돌아섰다.

이런 실적 악화는 성수기 진입 시점인 2분기에 특히 부진했던 영향이 크다. 이 회사는 2분기에만 2289원의 손실을 냈다. 2분기에 적자를 기록하기는 2013년 이후 3년 만이다.

컨테이너 부문은 수송량이 1분기보다 7.2% 늘었지만 운임 하락, 연료유 단가 상승과 자율협약 진행 등으로 적자가 지속됐다고 한진해운은 설명했다. 벌크 부문은 업황 부진 지속이 영업손실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한다.

한진해운은 국내외 선박금융 회사들과 내년까지 만기를 맞는 5000억원에 대한 원금 상환을 유예하는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 회사는 다음 달 4일 전까지 용선료 조정, 사채권자 채무조정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채권단으로부터 출자 전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채권단은 한진해운이 주어진 과제를 모두 해결해도 약 7000억원이 더 필요하다고 본다. 한진해운은 계열사 유상증자로 4000억원 이상 출자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묘수를 찾지 못한 채 다음 달 4일을 넘기면 한진해운은 법정관리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한진해운 측은 “성수기 진입에 따른 물동량 증가와 추가적인 운임회복 시도 등으로 영업 수지 개선이 기대된다”며 “선사들의 선복 공급량 안정화 노력 등을 통해 주요 항로의 수급 여건이 개선돼 하반기 운임 상승세를 견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