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임기 내 선언하려던 ‘핵 선제 불사용(No First Use)’ 정책에 아베 신조 총리가 반대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본 내 피폭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고 교도통신이 16일 보도했다. 핵 선제 불사용 정책은 적이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먼저 핵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2일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하던 ‘핵 선제 불사용’ 선언이 한국과 일본 등 우방국의 반대로 좌초 위기에 놓였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5일 “아베 총리가 해리 해리스 미 태평양군 사령관을 통해 ‘핵 선제 불사용’ 선언에 반대 입장을 전달했다”고 전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이 보도가 나온 뒤 2차 세계대전 당시 원자폭탄이 떨어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피폭자들이 “피폭지의 뜻에 반하는 것”이라며 분노를 표출했다. 특히 히로시마현 원폭피해자단체협의회의 오코시 가즈오 사무국장(76)은 교도와 인터뷰에서 “핵 선제 불사용은 핵 폐기를 요구하는 피폭자와 비핵 보유국의 뜻을 반영한 정책”이라며 “그런데도 아베 총리는 보유국 이상으로 핵에 의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지난 9일 나가사키에서 열린 원폭 피해자를 기리기 위한 평화기념식에서 피폭자 대표를 맡아 아베 총리를 만났던 이하라 도요카즈씨(80)도 “일본 정부는 입으로는 핵무기 폐기를 호소하면서 실제 행동은 이에 반하고 있다”고 꼬집었다고 교도통신은 소개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