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여성이 이끄는 유엔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유엔이 창립되고 71년간 여성 사무총장은 나오지 않았다.
AP통신은 반 총장이 유엔에서 여성 사무총장을 배출하기에 “지금이 적기”라고 말했다고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는 2007년 유엔 사무총장을 맡아 올 12월 31일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다.
현재 유엔 사무총장 자리를 두고 남성 후보 6명과 여성 후보 5명이 경합 중이다. 반 총장은 “내가 아니라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15개국의 결정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반 총장은 지난 10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행사에서 “우리 곁에는 특출한 능력을 가진 여성 지도자가 많다”며 “차기 사무총장으로 여성이 선출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가장 유력한 여성 후보는 불가리아 출신 이리나 게오르기에바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과 수사나 말코라 아르헨티나 외무장관, 베스나 푸시치 전 크로아티아 외교장관이다.
특히 말코나 장관은 지난 5일 열린 안보리 비공개 2차 투표에서 포루투갈의 안토니오 구테헤스 전 유엔난민기구 최고대표와 세르비아 부크 예레미치 전 유엔총회 의장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반 총장 밑에서 유엔 사무차장을 역임해 미국의 지지를 받고 있기도 하다.
반 총장은 인권증진과 평화유지에 한 발자국 다가가기 위한 차기 사무총장의 자질로 “명확한 비전, 청렴함, 헌신하는 태도”를 꼽았다. 이어 “깊은 동정심과 미래를 내다보는 리더십”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보리는 29일과 다음 달 한 두 차례 더 비공개 투표를 진행하고 가장 높은 지지를 받은 후보를 유엔총회에 상정해 차기 총장을 10월쯤 확정할 계획이다.
권준협 기자 ga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