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가 고선웅-지휘자 구자범, 오페라 '맥베드'로 만난다

입력 2016-08-16 14:43 수정 2016-08-16 17:29
연출가 고선웅-지휘자 구자범이 11월 서울시오페라단의 '맥베드'로 호흡을 맞춘다.

연극, 뮤지컬, 창극 등을 오가며 각광받는 연출가 고선웅(48)이 이번에 오페라에 도전한다. 또 지휘자 구자범(46)은 3년6개월만에 클래식계에 복귀한다.

서울시오페라단(단장 이건용)은 오는 11월 24~27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베르디 오페라 ‘맥베드’의 연출을 고선웅이 맡았다고 16일 발표했다. 고선웅이 뮤지컬과 창극 등의 음악극을 연출한 바 있지만 오페라는 이번이 처음이다. 두 사람은 각각 경기도 산하 예술단체인 경기도립극단과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예술감독으로 2010~2012년 사이에 함께 일한 바 있다. 2012년 2월 구자범이 지휘한 경기필의 '시네마 천국-사랑, 그 보이지 않는 진실'에서는 고선웅이 극본을 쓰고 경기도립극단 배우들이 출연하기도 했다.

오페라 ‘맥베드’는 베르디가 셰익스피어의 동명 원작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고선웅은 지난 2010년 셰익스피어의 동명 원작을 각색한 연극 ‘칼로 막베스’를 선보여 호평받은 바 있다. 이 작품 이후 고선웅은 빠르지만 리듬감 있는 화술, 생기 넘치는 에너지, 다소 과장된 움직임 등 독특한 그만의 연극 메소드를 토대로 연극 ‘푸르른 날에’ ‘조씨고아’ ‘홍도’, 뮤지컬 ‘아리랑’, 창극 ‘변강쇠 점찍고 옹녀’ 등을 잇따라 선보여 반향을 일으키며 현재 공연계에서 가장 바쁜 연출가의 반열에 올랐다.

구자범은 지난 2013년 5월 예술감독으로 재직하던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서 성희롱 논란에 휘말리자 사직한 뒤 한동안 클래식계를 떠났다. 지난해부터 복귀에 대한 소문이 돌던 가운데 12월 고등학교 동문 음악회의 지휘를 맡은데 이어 올해 3월 배우 윤석화의 연극 ‘마스터클래스’의 음악감독 겸 반주자로 관객과 다시 만났다. 이어 5월 서울국제음악제에서 본격적으로 클래식계에 복귀할 예정이었지만 류재준 예술감독과의 갈등으로 결국 무산됐다. 그가 오페라를 지휘하는 것은 2012년 8월 경기필이 오페라 콘체르탄테로 선보인 마스카니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와 레온카발로의 ‘팔리아치’ 이후 약 4년만이다.

한편 오페라 ‘맥베드’는 국내에서 베르디의 다른 오페라들이 자주 공연되며 인기가 높은 데에 반해 자주 공연되지 않는 편이다. 성악가들에게 고난도 기량을 요구하는 한편 장면 전환이 많아 연출하기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건용 단장은 “이번 ‘맥베드’ 공연은 고선웅과 구자범의 조화를 통해 선보이게 될 신선함과 독특함이 기대된다”면서 “인간은 어떻게 악하게 되는가에 관한 이 시대의 성찰을 통렬한 음악과 예리한 연출로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