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남자’ 때문에 매년 5600여만명이 이용하는 미국 뉴욕의 존 F 케네디(JFK) 국제공항이 한때 마비됐다. 미국을 대표하는 관문인 이곳에서 14일(현지시간) 총격전이 벌어졌다는 신고로 경찰이 출동해 공항이 발칵 뒤집혔는데 알고보니 2016 리우올림픽 육상 남자 100m 결선에 나선 우사인 볼트(30·자메이카)를 응원하는 사람들이 낸 함성소리를 오해한 것이었다.
AP통신에 따르면 오후 9시30분쯤 뉴욕 경찰에 JFK국제공항 8번 터미널 출국장 근처에서 총격전이 일어났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45분쯤 뒤 1번 터미널 쪽에서도 같은 내용의 신고가 들어왔다. 경찰은 즉시 이용객을 공항 밖으로 대피시켰고 공항으로 향하는 고속도로는 폐쇄됐다.
입국 심사를 기다리던 승객 수백명은 통제에 따라 대기해야 했다. 승객들이 대피하면서 두고 간 가방이 공항 바닥을 나뒹굴었고 공항은 쑥대밭이 됐다. 착륙하려던 비행기는 출발지에 계류하라는 요청을 받았고 공항에 있던 모든 항공기가 지상정지 상태(full ground stop)에서 운행을 멈췄다.
경찰은 공항 곳곳을 수색하고 CCTV를 모두 확인했지만 총격 흔적과 부상자를 찾을 수 없었다. 항만관리청과 경찰이 자정 쯤 “화약, 탄약, 탄피를 비롯해 어떤 총격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공식 발표하면서 공항은 정상화됐다.
경찰은 이 대형 소동이 장난전화 때문인 것으로 추측했다. 하지만 곧 “100m 결승에 나선 볼트의 질주를 보고 이용객들이 큰소리로 박수를 치고 소리를 지르자 신고자가 총성으로 착각한 것 같다. 총격전이 일어났다는 다른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혹시 모를 가능성에 대비해 계속 수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볼트는 3연패를 달성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