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 전 산업은행장 돌연 검찰에 공개 사과, 왜?

입력 2016-08-15 15:45

대우조선해양 비리에 연루돼 수사 선상에 오른 강만수(71) 전 산업은행장이 광복절인 15일 검찰을 향해 공개 사과문을 냈다. 압수수색 직후 언론 인터뷰를 통해 검찰 수사를 강하게 성토했으나 “(당시 인터뷰 내용은) 사실과 다르거나, 부적절하거나, 과도한 표현이 있었다”는 것이다. 검찰 출석이 예고된 상황에서 수사팀을 불필요하게 자극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강 전 행장은 휴일인 이날 기자들에게 이메일로 배포한 해명자료에서 “처음에는 당황한 나머지 압수수색영장을 제대로 보지 못해 압수수색 진행 과정에서 찬찬히 다시 보고 싶다고 했고, 검사는 영장을 다시 보도록 허용했다. 다만 카피는 안 된다고 해서 간단히 메모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한국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압수수색을 할 때도 쓱 (영장을) 보여주고 압수수색을 하더라고. 영장을 봐야지. ‘봅시다’ 했더니 세 가지 죄목이 있다고 했다. 그런데 ‘보면 안 된다’고 하더라. '무슨 소리냐. 국민으로 방어권을 가져야지'라고 했더니 ‘간단히만 하세요’라고 하기에 죄목을 옮겨 적었다. 독재정권이나 왕조시대도 아니고…”라고 토로했었다.

지난 2일 자신의 자택·사무실 압수수색 과정에 대한 불만 제기였다. 이 말을 일주일 만에 뒤집으며 사실상 꼬리를 내린 셈이다. 강 전 행장은 “사실과 다르게 보도된 부분에 대해서는 취중 발언이라 해도 관련자분들께 사과를 드린다”고도 했다.

강 전 행장은 검찰을 ‘머슴’이라고 칭하며 거세게 비난했던 부분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그는 당시 인터뷰에서 “검찰이 국민이 준 수사권·기소권을 이렇게 남용하고 있다. 주인이 머슴에게 당하는 격이다. 민주 국가에서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다 갖는, 이런 후진국이 있는가”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날 해명에서는 “본인이 대학에서 헌법을 배울 때, 공무원을 한자어로 ‘공복(公僕)’, 영어로 ‘civil servant’라고 했다. ‘종’이라는 표현보다 ‘머슴’이 적절하다고 배워 ‘머슴’이라는 용어를 썼으나, 그것이 보도되고 보니 부적절한 표현이라는 점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평생 조국의 경제발전을 위해 일한 사람으로서, 70이 넘은 나이에 10년이 넘는 징역에 해당하는 중죄의 피의자가 됐다고 생각하니 너무 인생이 허무해 소주 한 병을 다 마시고 취한 상태에서 밤늦게 기자에게 본인의 참담함을 토로했다. 그 잘못은 전적으로 저에게 있다”고 덧붙였다.

그의 이날 해명은 불필요하게 검찰을 자극할 경우 향후 수사 과정에서 득이 될 게 없다는 식의 변호인 조언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인터뷰 내용이 보도된 이후 검찰은 변호인을 통해 ‘(강 전 행장이) 압수수색 과정 등에 대해 사실과 다르게 주장했다’는 취지로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과 주변인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강 전 행장을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