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포통장을 이용한 사기 수법이 정부기관 사칭형에서 대출빙자형으로 바뀌고 있다. 20대 청년들을 취업시켜준다며 꾀는 수법도 확산되고 있다.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대포통장 단속 건수는 2만1555건으로 지난해 하반기보다 2.3% 줄었다. 하지만 저금리로 대출을 받게 해주거나 신용등급 향상을 위해 거래실적을 올려준다며 통장과 체크카드를 요구하는 식의 대출빙자형 사기에 이용된 대포통장 건수는 1만4964건으로 12.6% 늘었다.
특히 개인명의 신규계좌 개설이 까다로워지면서 1년 이상 된 기존 통장을 대포통장으로 이용하는 비중이 크게 늘었다. 대포통장 명의인 중 남성은 20대가 16.4%, 여성은 40대가 9.3%로 가장 많았다. 20대에게는 취업을 미끼로 급여계좌 개설, 출입증 발급 등에 필요하다며 통장과 체크카드를 맡기라는 식으로 현혹하는 방법이 많이 쓰였다. 40대에게는 신용등급을 높여 대출 금리를 낮추거나 금액을 늘리기 위해선 거래실적이 필요하다며 통장과 체크카드를 넘겨주면 신용등급을 올려주겠다고 속이는 경우가 많았다.
또 인터넷을 통해 공개적으로 대포통장을 모집하는 등 대담하게 진화하고 있다. 아예 대포통장을 제공하면 얼마씩 사례를 하겠다며 범죄 동참을 요구하는 경우다. 취업사이트 등에 구인 광고를 올려 구직자가 전화를 하면 대포통장을 제공하라며 대가를 제시한다. 또 유령법인의 서류를 이용해 법인 통장을 개설하면 계좌당 일정 수수료를 지급하겠다며 일종의 아르바이트라고 현혹한다.
이달 4일에는 일본인을 초청해 관광 등을 제공하고 이들 명의의 대포통장을 개설하는 등 대포통장 수법이 고도로 지능화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500명의 시민감시단, 375명의 금융소비자리포터 및 안심금융생활 네트워크 등 사회적 감시망을 활용해 촘촘한 모니터링을 실시하겠다”며 “대포통장 신고 포상금을 최대 50만원에서 100만운으로 높여 당속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김지방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