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편뉴스] “이번 달 전기요금 얼마 나왔어?” 요즘 엄마들 사이에서 뜨는 인사법

입력 2016-08-15 05:31 수정 2016-08-15 05:48
사진=뉴시스

“오늘도 덥습니다. 폭염특보와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TV나 라디오를 틀면 기상캐스터가 앵무새처럼 말합니다. 일기예보만 보면 어제가 오늘 같고 내일이 모레 같죠.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찾게 되는 것도 에어컨 리모콘입니다. 하지만 쉽게 버튼을 누를 순 없습니다. 이유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바로 ‘누진제’ ‘전기요금 폭탄’ 때문이죠.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맘스홀릭 게시판 캡처

요즘 엄마들 사이에선 이를 반영해 주로 주고 받는 인사가 있습니다. “이번 달 전기요금 얼마 나왔어?” “누진세 적용 된 거야?” “요즘 에어컨 켜니?” “온도랑 가동 시간은 얼마나 되는지 공유해요”등 인데요. 전기료 폭탄이 두려워서 하는 질문들입니다. 

보릿고개 시절 “밥 먹었냐?”와 비슷한 의미로 통용되기도 하죠. 식량보다 에너지난에 시달리는 국민들이 더 많다는 걸 반증하는 거라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요즘 같은 방학에 아이들과 씨름을 하려면 에어컨은 선택이 아닌 필수일지 모릅니다. 신생아가 있는 가정이나 출산을 앞둔 임신부가 있는 가정이라면 더욱 그렇죠.


상황이 이렇다보니 전기요금 아끼려고 에어컨을 모셔만 두면 병원비가 더 든다는 말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기저귀를 하는 영아의 경우 엉덩이에 발진이 생길 가능성이 높죠. 기저귀 발진이 뭐 대수냐는 식의 반응도 있지만 요즘 같은 날씨에 발진 때문에 말 못하는 아기가 하루 종일 울 경우 탈진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병원 신생아실이나 산후조리원에도 간접 냉방을 하고 있죠.

임신부도 마찬가지입니다. 임신을 하게 되면 일반인보다 기초체온이 0.3~0.6도 가량 상승합니다. 상대적으로 더 많이 더 쉽게 더위를 느끼죠. 산부인과 의사들은 임신부가 직접적으로 에어컨 바람을 쏘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요즘 같은 날씨엔 적당한 냉방을 하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결과적으로 자녀가 있는 가정에선 거실 에어컨 온도를 26~30도로 맞춰두고 장시간 트는 경우가 많습니다. 때문에 누진제로 인한 전기요금 폭탄을 피하긴 어렵죠.

하지만 정부는 이런 현실을 전혀 모르는 듯 한 행보를 보여 국민들을 공분시켰죠. 지난 9일 채희봉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은 스탠드형 에어컨을 하루 4시간, 벽걸이형 에어컨은 하루 8시간 정도만 쓰면 여름철 전기요금이 10만원 정도 더 나오는 수준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이런 발언에 발끈한 엄마들은 고위직 공무원이라 현실을 체감하지 못하는 건지, 아니면 평생 에어컨 빵빵한 정부청사에서 근무해 한낮의 더위를 느끼지 못하는 건지 모르겠다며 탁상행정이라고 비난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하루 종일 아이와 씨름해야 하는 전업주부들에겐 하루 4시간 냉방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이를 증명하듯 에너지경제연구원이 2013년 기준으로 조사한 에너지 총조사 통계에는 저소득층 다인가구의 전기 사용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에너지 소비 중 전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월평균 소득 100만원 미만 가구가 29.4%로 가장 많았죠. 월 100만원 미만의 가정이라고 하면 경제활동을 하는 인구가 많지 않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맞벌이보다는 외벌이 가정의 가능성이 높죠.



200만원에서 300만원 미만은 25.2%, 300만원~400만원은 22.9%, 400만원에서 500만원 미만은 22.2%, 500만원~600만원 미만은 22.7% 순이었으며 600만원 이상의 경우 24.6%로 가장 의존도가 낮았습니다. 고소득층의 경우 직장에 있는 시간이 많다보니 가정에서 에어컨을 이용할 시간이 많지 않아 감소하는 것으로 추론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집 밖은 에어컨을 틀 수 있어 시원한데 집 안은 누진세로 틀 수 없어 찜통이 된다는 겁니다.


때문에 지난달 28일부터 온라인 청원 페이이지 아고라에서는 누진세를 폐지해 달라는 청원이 올라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습니다. 특히 맘카페에선 이를 공유하는 이들이 속출했죠. 청원에는 “대기업은 가정용 전기의 70% 수준으로 산업용 전기로 쓰고 있으며 쓰면 쓸 수록 싸지는 역누진제를 적용하고 있다”고 주장이 담겨 있습니다.


현재 한국의 에어컨 보급률은 80%를 넘었습니다. 아마 올해는 기록적인 폭염과 함께 정부의 내수 활성화 정책으로 보급률이 훨씬 높아졌겠죠. 정부는 최근 ‘에너지효율 1등급 가전 인센티브 환급’을 추진했고 엄마들은 정부의 선심에 소비욕구를 불태웠으니까요. 덕분에 해당 사이트는 접속자 폭주로 접속이 지연되거나 한동안 안 되기도 했었습니다.


성난 민심을 견디지 못한 정부는 결국 지난 11일 당정협의회를 통해 “7월부터 9월까지 3개월 동안 누진제 구간의 폭을 50kW씩 넓혀주는 방식으로 완화 하겠다”는 방침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인하폭은 10%로 안팎으로 대동소이해 더 큰 비난을 샀습니다.

이날 청와대에선 수 백 만원에 달하는 초호화 메뉴를 즐겨 성난 민심을 부추겼죠. 이 자리에 주요 안건은 서민들이 열망하던 누진제 개편이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조를 이루기도 했습니다. 전날 한전은 배당금 잔치를 벌여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죠. 엄마들은 누진제를 둘러싸고 정부와 정치권이 벌이는 비상식적인 행보에 “더 이상 화낼 힘도 없다”며 체념하고 있습니다.

◇맘(Mom)편 뉴스는 엄마의 Mom과 마음의 ‘맘’의 의미를 담은 연재 코너입니다. 맘들의 편에선 공감 뉴스를 표방합니다. 매주 월요일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