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두라스 ‘침대축구’ 할 말 없는 한국… 처참한 골 결정력

입력 2016-08-14 09:39 수정 2016-08-14 10:50
사진=뉴시스

적진을 종횡무진 휘저었다. 골문을 쉴 새 없이 두드렸다. 하지만 처참했다. 가장 중요한 골 결정력이. 한국이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남자축구 8강전에서 주도권을 잡았지만 온두라스의 역습 한방에 무너졌다.

 신태용 감독이 지휘한 한국 올림픽 축구대표팀은 13일(현지시간) 브라질 벨루오리존치 미네이랑 주경기장에서 열린 온두라스와의 리우올림픽 남자축구 8강전에서 0대 1로 졌다.

 멕시코 독일 피지와 경쟁한 조별리그 C조에서 2승1무 12득점 3실점으로 펄펄 날았던 한국은 토너먼트 라운드 첫 판에서 무득점으로 패배하고 탈락했다. 올림픽 2회 연속 메달은 무산됐다.

 한국은 황희찬(잘츠부르크)을 원톱 스트라이커로 세우고, 문창진(포항) 류승우(레버쿠젠)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권창훈(수원)과 박용우(서울)를 후방에 둔 4-2-3-1 포메이션을 구성했다. 사실상 4-1-4-1에 가까운 공격적인 포메이션이었다.

 시종일관 적진을 휘저었다. 문제는 골 결정력이었다. 한국은 공 점유율에서 64%로 온두라스(36%)를 압도했다. 모두 16개의 슛 가운데 7개를 골문 안으로 노려 찼다. 온두라스의 슛은 6개, 유효 슛은 4개뿐이었다. 프리킥은 25대 8, 코너킥은 9대 4로 한국의 절대 우세였다. 하지만 어느 슛도 온두라스의 골망을 흔들지 못했다.

 온두라스는 그동안 바짝 움츠려 효과적으로 방어했다. 역습으로 한방을 노렸다. 온두라스를 지휘한 호르헤 루이스 핀투 감독은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압박수비와 역습으로 코스타리카를 8강에 올렸던 명장이다.

 이 압박수비와 역습은 올해 세계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흐름으로 나타난 전술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레스터시티의 우승, 스페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 칠레의 2016 코파아메리카 우승은 모두 수비를 바탕으로 한 역습의 결과였다. 한국은 온두라스의 이 전술을 효과적으로 공략하지 못했다.
사진=뉴시스

 공수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손흥민도, 조별리그에서 중요할 때마다 골을 넣어 해결사 노릇을 했던 권창훈도, 후반전에 투입된 석현준(FC포르투)도 이날따라 유독 골문을 열지 못했다. 골문 앞의 짧은 패스워크도 무기력했다.

 온두라스는 3백이 풀백과 협력한 사실상 5백을 구사했다. 복싱선수처럼 가드를 올리고 공격 기회만 엿보다가 공격진과 풀백이 순식간에 돌격한 역습 한방으로 한국을 무너뜨렸다. 엘리스 알베르트는 후반 14분 역습에서 뚫린 한국 수비진을 돌파한 뒤 오른발 슛으로 골문 왼쪽을 열었다.

 알베르트는 경기 종료를 앞두고 공을 끌어안으며 심상민을 도발해 옐로카드까지 끌어냈다. 알베르트는 심상민에게 공을 내주는 과정에서 세게 밀렸다는 듯 쓰러져 일어서지 않았다. 알베르트는 바닥을 구르면서 시간을 끌었다. 한국이 골을 넣지 못하면서 자초한 온두라스의 ‘침대축구’였다.

 추가시간으로 주어진 3분보다 알베르트가 더 오래 시간을 끌었지만 고작 1분가량을 더 추가한 심판의 판단도 조금은 아쉬웠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