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과실로 뇌손상 입힌 충북대병원에 4억7000만원 배상 판결

입력 2016-08-13 10:36
의료과실로 환자가 식물인간이 됐다면 병원 측이 치료비와 위자료를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청주지법 민사합의11부(부장판사 윤성묵)는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장애 판정을 받은 박군(3)과 박군의 가족 3명이 충북대병원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일부승소로 판결했다고 13일 밝혔다.

재판부는 “병원 측은 박군에게 4억4400만원을 배상하고, 부모와 형에게는 500만∼1000만원을 각각 배상하라”고 판시했다.

박군은 2014년 9월 15일 생후 4개월 때 발열 증세로 충북대 병원에 입원했다. 입원한 지 사흘 만인 18일 38도까지 열이 오르자 이 병원 인턴 의사 A씨는 채혈을 위해 박군의 좌측 발등에 있던 정맥 주삿바늘을 우측 발등으로 옮겼다.

당시 박군의 어머니는 주삿바늘 통증으로 울고 보채는 아들을 달래기 위해 20분 동안 모유를 수유한 상태였다. 열이 떨어지지 않자 A씨는 신장스캔검사를 위해 정맥주사를 연결했고, 이 과정에서 박군이 얼굴에 청색증을 보인 뒤 호흡정지로 갑자기 혼수상태에 빠졌다.

병원 의료진은 박군을 중환자실로 옮겨 심폐소생술을 시행했지만, 저산소성 뇌 손상으로 식물인간이 됐다.

박군의 가족은 의료진이 경과관찰을 소홀히 하고 무리하게 정맥주사를 시도하는 등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며 치료비와 위자료 등 14억7800여 만원을 배상하라고 소송을 냈다.

하지만 병원 측은 호흡정지 등 응급상황은 사전 예측이 불가능하고 박군이 청색증을 보인 뒤 적절한 응급조치를 시행했다며 맞섰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병원 의료진이 모유 수유 후 1시간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 정맥주사를 놓은 과실로 박군의 기도폐쇄가 발생했고, 이 때문에 호흡정지를 초래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피고의 의료상 과실과 박군의 저산소성 뇌손상은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돼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군의 가족과 병원 측은 1심 판결에 불복해 모두 항소했다.

청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