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때 춤 한번 안추면 언제 추겠습니까. 얼쑤~”
손녀 장혜진(29·LH)이 올림픽 양궁 여자 단체전에 이어 개인전에서도 금메달을 따낸 기쁨을 할머니 박영자(74)씨는 어깨춤으로 대신했다.
곁에서 이를 지켜보며 계면쩍어 하던 할아버지 장욱덕(78)씨와 김주수 의성군수도 박씨 손에 이끌려 일어났다. 곧이어 세 사람은 ‘껄껄껄’ 큰 소리 내어 웃으며 함께 어깨를 들썩이기 시작했다.
지난 12일 오후 경북 의성군 다인면 용무리. 연일 지속된 폭염으로 바깥 날씨는 37도를 넘어서고 있었다. 하지만 축하 열기는 더 뜨거웠다. 장 선수가 태어나 자란 친가는 그녀의 2관왕 등극을 축하하는 분위기로 금새 후끈 달아올랐다.
김주수 군수는 “새벽까지 장 선수의 활쏘는 모습을 가슴 조이며 지켜봤다. 의성군 출신이 금메달을 따 정말 영광스럽다”며 할머니의 손을 꼭 잡았다.
신용우 의성군체육회실무부회장은 “다인면에서 생산된 좋은 쌀을 먹어서 금메달을 딴 것 아니겠느냐”고 운을 뗀 뒤 “의성군 홍보대사로 임명해야 된다”며 축하 인사를 건넸다. 이정숙 의성군여성단체협의회 회장은 “인근 비봉산의 정기를 받아 다인면에 인재가 많다. 장한 손녀를 뒀다”며 함께 기뻐했다.
장 선수가 브라질에서 한발 한발 과녁을 향해 활시위를 당기고 있을 무렵 친가에서 할아버지는 밤새 냉장고를 들락거렸다. 할머니 박씨는 “평소 밭일을 하면서 땀을 바가지째 흘려도 물 한 모금 찾지 않던 양반이 TV를 보며 얼마나 가슴이 타는 지 자꾸 냉장고 문을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 하더라”며 바짝 긴장했던 당시 상황을 들려줬다.
박씨의 눈가는 어느새 촉촉히 젖었다. 손녀가 금메달을 목에 건 뒤 곧바로 언론사와 인터뷰를 가졌다. 그 때 처음 한 말이 “할아버지, 할머니께 이 기쁨을 전해드리고 싶다. 저를 위해 애쓰셨다”였다. 그리고는 눈물을 주루룩 흘렸다.
“손녀가 초등학교 4학년 때 엄마와 헤어져 아버지 밑에서 자랐어요. 혹시 잘못되지 않을까 걱정이 많았어요. 삐뚤어지지 않고 꿋꿋이 자라 금메달을 2개나 땄으니 얼마나 장하고 대견한지···.” 할머니는 울컥 목이 메여 말을 잇지 못했다.
장 선수는 어릴 적 대구로 이사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사과 과수원 1만3000㎡를 경작하는 바람에 매주 주말이면 아빠와 함께 친가에 들러 일손을 도왔다. 중학교 졸업할 때까지 이곳에서 살다시피 했다.
그렇게 할머니와 잔정이 깊게 들어서일까. 장 선수는 브라질로 떠나기 직전 공항에서 할머니한테 전화를 걸어왔다. “할머니, 걱정하지 마. 잘하고 올께. 일 많이 하지 마세요”라며 일에 파묻혀 사는 할머니 걱정부터 했다.
그 때 장 선수의 아버지 장병일(52)씨가 축하객들로 북적이는 친가로 전화를 걸어왔다. 장씨는 2남2녀 중 장남답게 부모님의 건강부터 챙겼다.
“너무 고맙고 대견스럽습니다. 자랑스러워요. 딸에게 세상에서 가장 좋은 말로 축하해 주고 싶은데 마땅한 말이 없네요.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장합니다. 너무 고맙지요.”
금메달을 딴 직후 영상통화로 딸을 봤다는 아빠 장씨는 ‘딸이 고맙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장 선수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아빠의 권유로 처음 활을 잡았다. 소질을 타고난 친구들이 먼저 두각을 나타냈다. 육체는 물론 정신적으로도 힘들어 ‘그만 두겠다’는 말도 많이 했다. 그때마다 아빠와 할머니가 든든한 버팀목이 돼 흔들리는 마음을 붙잡았다.
언제나 손녀가 잘되라고 기도한다는 할머니는 “혜진이가 나이가 찼으니 하루빨리 시집가서 아들딸 낳고 잘살면 좋겠다”라며 활짝 웃었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
양궁 2관왕 장혜진 선수 의성군 친가, 축하 분위기로 후끈
입력 2016-08-13 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