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이 국내 중국인 관광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이달 들어 현실화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사드 배치 결정 후에도 중국인 입국자는 계속 늘고 있다고 발표했지만, 이달 국내에 들어온 유커(遊客·중국 관광객)는 지난달 같은 기간보다 3.7% 줄어든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한국관광공사는 사드 배치가 발표된 지난달 8일부터 이달 10일까지 5주 동안 한국을 찾은 유커 수(잠정치)는 102만8000명으로 사드 발표 직전 5주(88만7000명)보다 15.9% 늘었다고 11일 발표했다. 관광공사는 “방한 중국시장은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달 통계만 들여다보면 결과가 다르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 따르면 이달 1~11일 국내 중국인 입국자 수는 32만6292명이었다. 같은 요일을 기준으로 할 때 지난달 4~14일 중국인 입국자 수(33만8739명)보다 3.7% 감소한 수치다. 6월 6~16일 중국인 입국자 수는 28만6734명이었다. 지난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유행 등의 영향으로 감소했던 중국인 관광객 수는 올 1월부터 계속 늘어왔지만 이달 들어 하락세로 전환된 것이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해외여행은 보통 한 달 전부터 계획하기 때문에 지난달은 사드 배치의 영향을 받지 않은 기간”이라며 “사드 배치 영향을 보려면 이달 통계를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인 관광은 6, 7월이 보통 비수기고 8월이 회복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인 입국자 감소폭을 통계에서 보이는 것보다 더 크게 봐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가게는 벌써부터 울상이다. 명동에서 중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화장품을 파는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방모(32·여)씨는 “하루 평균 매출이 보통 300만원 이상은 되는데 이달 들어서는 200만원도 안 되는 날도 있었다”고 말했다. 방씨의 가게는 11일 오전 10시에 문을 열었지만 1시간이 넘도록 중국인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 그는 “중국 손님들 얘기를 들어보면,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중국에서 한국 여행 비자가 잘 안 나온다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명동에서 환전소를 운영하는 유모(58·여)씨가 느끼는 변화도 비슷했다. 유씨는 “이달 들어 중국인 손님이 지난달보다 반은 줄어든 것 같다”며 “지난해 메르스 유행 때보다 조금 나은 정도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관광업계는 앞으로 중국인 관광객 감소폭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전담 여행사인 H여행사 관계자는 “지난달 말부터 중국인 단체 여행객 모객이 조금씩 힘들어지고 있다”면서 “다음달 정도부터 중국인 관광객이 본격적으로 줄어드는 모습이 보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명동에서 만난 중국인 관광객 장리(20·여)씨는 “한국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 발표 때문에 한국 여행을 취소하는 친구들이 주변에 적지 않다”고 말했다.
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
[단독] 유커가 늘었다고? 8월 한국방문 감소했다
입력 2016-08-12 1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