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발레리나 이수빈, 블라디보스토크 무대에 서다

입력 2016-08-12 11:01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제1회 국제 마린스키 극동 페스티벌(7월 30일~8월 10일)에는 한국 아티스트가 9명 초청됐다. 이 가운데 최연소이면서 음악 분야가 아닌 아티스트는 18세의 발레리나 이수빈(한국예술종합학교 2)이 유일하다. 원래 마린스키 발레단 수석무용수인 김기민도 초청받았지만 부상 때문에 불참했기 때문이다.
이수빈은 지난 8일 ‘발레 갈라’ 공연에서 마린스키 발레단 수석무용수인 다닐라 코르순체프(43)와 함께 ‘백조의 호수’ 가운데 흑조 파드되(2인무)를 선보였다. 이날 공연에는 마린스키 발레단 수석무용수인 율리아나 로파트키나, 옥사나 스코릭 그리고 올해 브누아 드 라당스 최고 여자무용수 상을 수상한 파리오페라발레의 한나 오닐 등 쟁쟁한 스타들이 등장했다. 이수빈은 나이답지 않은 침착함으로 빈틈 없는 춤을 보여줘 관객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공연 다음날인 9일 만난 이수빈은 “쟁쟁한 스타들과 한 무대에 서는 게 처음이기 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다. 특히 파트너인 코르순체프 씨를 처음 만났을 때 너무 큰 키(193㎝)와 체격에 압도된 나머지 무서운 느낌까지 들었었다”면서 “하지만 제가 경험없는 걸 아는 코르순체프 씨가 많이 배려해 줬다. 아빠처럼 친절하게 해주신 덕분에 본공연 때는 별로 안 떨렸다”고 말했다.

발레리나 이수빈이 8일 제1회 국제 마린스키 극동 페스티벌의 발레 갈라 공연에서 마린스키 발레단 수석무용수 다닐라 코르순체프와 '흑조 파드되'를 선보이고 있다. 마린스키 극동 페스티벌 제공

그는 원래 6일 블라디보스토크에 올 예정이었지만 비행기편이 없어서 이틀 먼저 와야 했다. 하지만 덕분에 디아나 비쉬네바, 블라디미르 말라코프 등 세계적인 발레 스타들이 출연하는 갈라공연을 볼 수 있게 됐다. 그는 “비쉬네바는 가장 좋아하는 발레리나다. 이번에 직접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아쉬운 것은 비쉬네바랑 같은 엘리베이터에 탔는데도, 너무 얼어서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한 것”이라면서 “원래 기민이 오빠가 이번 페스티벌에 참가할 예정이었는데, 부상 때문에 불참하게 된 게 너무 안타깝다. 오빠의 공연을 직접 보고 싶었지만 나중을 기약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 2014년 권위있는 불가리아 바르나 콩쿠르에서 주니어 부문 그랑프리, 에밀 드미트로프상, 스페셜상을 받으며 3관왕에 오르며 차세대 스타 발레리나를 예약했다. 바르나 콩쿠르 그랑프리 부상으로 지난해 불가리아 국립소피아발레단에서 ‘백조의 호수’ 주역으로 출연한데 이어 올해 다시 ‘라 바야데르’의 주역으로 러브콜을 받아 무대에 섰다. 이번에 마린스키 극동 페스티벌에 초청받은 것도 엘다 알리에프 마린스키 극장 연해주 무대 발레 감독이 바르나 콩쿠르 당시 심사위원으로 왔다가 그를 점찍어 놨기 때문이다.

그는 “바르나 콩쿠르 덕분에 좋은 기회를 많이 얻었다. 블라디보스토크에도 이번 페스티벌 갈라 공연에 이어 9월 9일 마린스키 극장 연해주 무대 소속 발레단의 ‘지젤’ 전막공연에 캐스팅됐다”며 “연기적 요소가 많은 ‘지젤’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라 너무 기대가 된다. 한국에서 돌아가면 ‘지젤’ 연습에 몰두해야 할 것 같다”고 수줍게 전했다.

해외 발레단 입단의 꿈을 가지고 있는 그는 올해 10월 몇 년만에 부활한 바가노바 발레 콩쿠르와 내년 4월 유스 아메리카 그랑프리 시니어 부문 등에 출전할 계획이다. 발레학교 유학이 부상으로 주어지는 주니어 부문과 달리 시니어 부문에선 발레단 입단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그는 “영국 로열발레단에 대한 로망이 있지만 국내에 있으면서 해외 발레단 입단이 쉽지 않다. 어디든 기회가 되면 입단해서 프로 발레리나로서 활동하고 싶다”면서 “올 하반기부터 내년까지가 앞으로 발레리나 인생을 사는데 중요한 시기가 될 것 같다. 이번에 뛰어난 무용수들의 공연을 직접 보면서 많은 공부가 됐다. 특히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에너지를 얻고 간다”고 말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