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은이 망극하게도 전기료 인하한답니다.”
정부가 7,8,9월 전기요금을 낮추겠다고 발표했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썰렁하다. 산업부는 “평균 19.4%, 모두 4200억원이 절감된다”고 했지만 피부에 와 닿는 인하폭은 ‘찔끔’. 반응은 “이것들이 눈가리고 아웅하려고 하네요”(한 인터넷 게시판 댓글)다.
인하폭을 살펴보면, 거실에서 쓰는 스탠드형 에어컨의 경우 효율이 좋은 최신형(1.84kW)을 쓰더라도 하루 8시간씩 한달간 틀면 요금이 32만1000원(기존 전기요금 도시 4인가구 평균 5만3000원 기준 세전 요금)이 되는데, 이번 개편으로 대략 28만8500원이 돼 약 3만2500원이 절약된다. 10%가 살짝 넘는 인하폭이다.
이번 누진제 완화는 지난해보다 규모가 크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누진 구간을 50kWh씩 끌어올린 것이어서 에어컨 사용으로 이미 10만원 이상의 전기요금이 예상되는 가정에는 2~3만원 정도 깍는 효과 밖에 없다. 정부 말대로 20%에 육박하는 요금 인하를 경험하려면 최신형 벽걸이형 에어컨 1대만 쓰는 집에서도 하루 8시간 정도까지만 써야한다. 13만원대 요금이 10만원대로 한달에 3만원 정도 줄어든다. 하루 종일 밖에 있다가 잘때만 트는 수준이지만 원룸 같은 1인 가구에선 혜택이 있다고 볼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집에선 평소엔 전기요금이 1만~2만원 정도 밖에 나오지 않기 때문에 인상폭이 약간 줄었을 뿐 요금이 부담스러운건 마찬가지다.
스탠드형 에어컨을 쓰는 일반 가정에 갓난 아기나 방학을 맞은 아이들이 집에 있는 경우라도 하루 3시간30분 정도로 에어컨을 아껴 써야 한달 전기요금이 14만500원에서 11만1300원 정도로 줄어들어 23% 정도 요금을 아낀 효과를 본다. 이런 가정은 평소엔 전기요금이 5만3000원 정도 나온다. 스탠드형 에어컨을 8시간씩 돌린다면 간 큰 집안이 된다. 정부에서 32만1000원 나오는 전기요금을 7,8,9월에는 28만8500원 정도로 깎아줄 방침이지만, 10% 정도 아끼는 셈이다. 더 많이 쓰면 인하폭은 10%도 되지 않는다.
한 네티즌은 “여론을 의식한 꼼수”라며 “결국 누진세는 끝까지 받아챙기겠다는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