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물뽕’으로 불리는 마약 GHB 3억7000만원어치를 생수로 속여 수차례 밀반입한 혐의(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로 영국인 유명 DJ L(52)씨를 구속했다고 10일 밝혔다. L씨로부터 마약을 받아 상습 투약한 국내 약품유통회사 대표 최모(52)씨와 일란성 쌍둥이인 이 회사 CEO는 불구속 입건했다. 신종 마약인 GHB의 대량 밀반입이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L씨는 미국에서 구한 GHB를 1.5ℓ 플라스틱 생수병에 담은 뒤 지난 6월 28일 여행용 수화물에 숨겨 공항 세관을 통과하는 등 같은 방식으로 올 들어 4차례, 총 3.78ℓ의 GHB를 밀반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시가 3억7000만원 상당으로 경찰은 이를 1000여명이 투약 가능한 분량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를 건네받은 최씨 형제는 자택이나 회사 화장실 등에서 GHB를 음료수 등에 타 마셨다. 두 사람은 2012년 미국 유학 시절 현지 클럽을 드나들며 L씨를 알게 됐다. ‘좋은 카페인 음료가 있으니 마셔보라’는 L씨의 권유로 마약에 손을 댄 뒤 지금까지 상습적으로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두 사람은 현재 ‘마약의존증’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최씨는 L씨의 국내 체류비와 국내 클럽 DJ 일자리 등을 제공해주며 밀반입을 돕기도 했다. L씨는 올해 공연 일정이 없는데도 GHB를 전달하기 위해 한국에 입국했던 것으로 확인했다.
GHB는 무색, 무미, 무취의 신종 마약으로 탐지견 등에 의해 사전에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 주로 미국, 유럽 등지에서 만들어져 국내에 밀반입되며 성범죄 등에 악용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경찰은 미국에서 활동하는 유명 DJ가 GHB를 렌즈세척 용기에 몰래 숨겨 들여온다는 제보를 미리 받은 뒤 공항에서 L씨를 검거했다. 경찰 관계자는 “L씨처럼 국내로 GHB를 밀반입한 또 다른 공급책이 있다는 단서를 확보해 인터폴 등과 공조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