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대학을 졸업하기도 전에 지역 MBC에 방송진행자로 입사했어요. 이후 서울로 올라와 케이블 방송에서 아나운서를 했지요. 방송을 시작한 지 3년쯤 지난 때였어요. 반복되는 일상에 지루함을 느끼던 제게 보도국의 친한 기자언니가 엉뚱한 권유를 해왔죠.
“수정아, 쇼호스트라는 직업 알아? 이 일 너한테 잘 어울릴 것 같아. 딱이야! 게다가 이것 봐. 상금도 있어!”
제 인생이 바뀌게 된 순간입니다. 롯데홈쇼핑의 전신인 우리홈쇼핑에서 ‘쇼호스트 공채 콘테스트’를 한다는 내용이었어요. 그 언니께서 직접 그 자리에서 지원을 해주셨죠. 상금이 수백만원이라며 동기부여도 해주셨어요. 그 당시 굉장히 큰 돈이었습니다. 지금도 작은 돈은 아니지만요. 쇼호스트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전 “제가 상금 타서 한 턱 쏠게요!”라고 호기롭게 외치며 가벼운 마음으로 우리홈쇼핑으로 향했어요. 정말 뭘 몰랐던 것이죠.
쇼호스트라는 직업에 대해 잘 몰랐던 저는 콘테스트 장소로 가는 지하철 안에서 홈쇼핑이 어떤 곳인지, 쇼호스트가 무엇을 하는 직업인지 자료를 읽으면서 갔습니다.
엉겹결에 본 1차 콘테스트. 아나운서로서 카메라 앞에 섰던 경험 덕분에 떨림은 숨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럭저럭 괜찮게 본 것 같기도 했고요. 그런데… 정말로 합격 통보를 받았어요! 우연이겠지 싶어 2차 콘테스트에도 별 다른 생각 없이 참가했어요. 세상에! 2차, 그리고 3차 콘테스트도 합격하고 말았어요. 이제 남은 건 최종 콘테스트!
호기심을 갖고 상금에 욕심이 나서 참가했던 쇼호스트 콘테스트에서 최종까지 오르고 나니 이젠 큰일 났다 싶었어요. 급하게 준비를 했죠. 어떤 것을 준비해 가야 할지 고민 끝에 평소에 아끼던 버버리 트랜치코트, 버버리 캐시미어 목도리, 버버리 향수를 챙겨갔어요. 부모님께서 대학 졸업선물로 사주신 것들이었죠. 그것들을 입고, 두르고, 뿌리고 최종 콘테스트 무대에 섰죠. 쇼호스트 방송 진행에 무지한 제가 과연 최종에선 어떻게 됐을까요?
무식해서 용감했던 쇼호스트 입문기! 다음 편을 기대해주세요. 당시에 잘 몰라서 허둥댔던 쇼호스트 준비 방법도 상세히 알려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