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해군의 유도미사일 구축함 벤폴드함이 지난 8일 중국 산둥성 칭다오항에 입항했다. 지난달 12일 헤이그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판결 이후 미국 군함이 중국에 입항한 것은 처음이다. 중국은 바람을 담아 “양국 긴장 완화의 신호”라고 평한 반면 미국은 중국이 여전히 남중국해를 불안한다고 각을 세웠다.
환구시보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는 10일 벤폴드함의 칭다오 입항과 관련해 전문가 분석을 통해 양국 긴장이 해소될 계기로 평가했다. 장쥔서 중국해군군사학술연구소 연구원은 중국이 미국 주도의 다국적 해상 연합 군사훈련인 환태평양합동군사훈련(RIMPAC·림팩)에 참가한 것도 언급하며 “벤폴드함 입항은 양국이 차이를 극복하고 관계를 전향적으로 만드는 것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우신보 푸단대 국제문제연구원 부원장은 “양국은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을 피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 태평양함대 스콧 스위프트 사령관은 벤폴드함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국의 불투명한 군사 행보 때문에 영유권 분쟁지역인 남중국해의 불확실성이 생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스위프트 사령관이 언급한 중국의 불투명한 행보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미국 핵 항공모함 전단의 홍콩 입항을 중국이 특별한 이유 없이 거부한 점이다. 남중국해를 둘러싼 긴장이 고조된 지난 4월 중국은 항공모함 존 C 스테니스호의 홍콩 입항을 거부했다. 미국은 그동안 자치권을 보장 받고 있는 홍콩을 다양한 전함 기항지로 이용했다.
스위프트 사령관이 제시한 두 번째 사례는 중국이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군도(중국명 난사군도) 인공섬에 격납고를 건설했다는 보도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지난 6∼7월 스프래틀리 군도 피어리크로스 암초 등 3곳의 위성사진을 수집해 분석한 결과 3곳 모두에 항공기 격납고가 건설됐거나 건설 중인 모습이 포착됐다고 최근 밝혔다.
스위프트 사령관은 중국과 러시아가 오는 9월 남중국해에서 벌이기로 한 연합해군훈련에 대해서도 “얼마든지 다른 군사 훈련 장소가 있다”면서 “양국의 훈련이 분쟁 수역의 안정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중국은 PCA 남중국해 영유권 판결을 거부한 채 최근 남중국해와 동중국해 분쟁 수역에서 무력 시위를 벌이고 있다. 남중국해에서는 공중전에 대비한 실전훈련을 진행했고, 동중국해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인근에 연일 대규모 무장 해경선과 어선을 접근시키면서 일본과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