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진정한 친구”… 살벌했던 푸틴-에르도안 9개월만에 관계 회복

입력 2016-08-10 08:56 수정 2016-08-10 10:20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콘스탄틴궁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러시아와 터키가 관계 회복에 나서기로 전격 합의했다. 이로써 지난해 11월 터키 전투기가 영공 침해를 이유로 러시아 전폭기를 격추한 뒤 최악으로 치달았던 양국 관계가 9개월만에 회복 국면으로 전환됐다. 러시아는 그동안 전폭기 격추를 “등에 칼을 찌른 행위”라고 비난하며 관광 및 농수산물 무역에 제재를 가했다.

블라드미르 푸틴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이같이 합의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푸틴은 “양국 관계가 다시 회복될 것이고 터키행 러시아 전세기 운행도 근시일내 재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관계 회복은 이미 시작됐다”면서 “하지만 완전한 무역관계 회복에는 시일이 더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에르도안은 “러시아는 터키의 진정한 친구”라고 치켜세우며 “러시아와의 관계가 조만간 다시 활짝 피어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중단됐던 러시아산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프로젝트와 러시아산 원전 건설 계약도 집행할 준비가 됐다”고 화답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콘스탄틴궁에서 정상회담을 하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AP뉴시스

러시아와 터키의 우호 분위기는 지난달 15일 터키 쿠데타 사건 이후 터키·미국 관계가 삐걱거리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쿠데타 직후 러시아가 에르도안 정권 지지를 선언해 조기에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던 반면 미국은 에르도안이 쿠데타 배후로 지목한 재미 이슬람학자 펫훌라흐 귈렌의 송환을 거부하고 있다. 에르도안은 푸틴과의 정상회담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서도 거듭 귈렌의 송환을 촉구했다.

AP통신은 “쿠데타 이후 반정부 인사 탄압으로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비난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에르도안이 러시아와 급속히 관계를 회복하는 것으로 미국과 EU에 대한 견제에 나섰다”고 분석했다.

푸틴과 에르도안은 그러나 시리아 문제에는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러시아는 뱌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정권을 지지해 파병까지 한 반면 터키는 미국과 마찬가지로 아사드 정권을 반대해 정부군을 상대로 공습을 벌여왔다. 양국은 시리아 문제를 추가로 논의키로 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