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총기소지자가 클린턴을 가만 두지 않을 것”… “암살하라는 거냐?” 논란증폭

입력 2016-08-10 08:28 수정 2016-08-10 09:48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가 9일(현지시간) 노스캐롤라이나주 윌밍턴세서 유세를 하고 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의 입이 또 사고를 쳤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헌법의 총기소지 조항을 폐지하면 총기소지자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는 발언이 논란을 빚고 있다. 클린턴 측은 “폭력이나 암살을 부추기는 위험한 발언”이라고 반발했다. 트럼프 측은 “클린턴을 찍어서는 안된다는 메시지였다”고 해명했다.
 미국 공화당의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는 9일(현지시간) 노스캐롤라이나 윌밍턴에서 유세를 하던 중 “클린턴은 헌법2조(총기소지 권리 보장)를 폐지하려고 한다”며 “클린턴이 대법관 후임을 지명하면 여러분이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고 주장했다.

지지자들이 노스캐롤라이나 윌밍턴대학 캠퍼스에서 트럼프를 기다리고 있다. AP뉴시스

클린턴은 총기규제를 추진하겠다고 공약했지만, 총기소지 자체를 금지하겠다고 밝힌 적은 없다. 그러나 트럼프는 클린턴이 대통령이 되면 총기소지를 합법적 권리로 규정하고 있는 헌법2조를 뒤집기 위해 대법원의 보혁구도를 진보 우위로 바꾸려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현재 미 연방대법원은 지난 2월 숨진 앤터닌 스캘리아 대법관의 후임이 정해지지 않아 보수성향 대법관과 진보성향 대법관의 비율이 4대 4로 동수다.

 “여러분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트럼프의 말에 청중들이 ‘우~’하고 야유를 보내자 그는 “헌법2조 지지자가 있긴 하다. (그 사람들이 뭘 할 수 있을지) 난 모르겠지만”이라며 “아무튼 끔찍한 날이 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트럼프가 지지자에게 둘러싸여 악수를 하고 있다. AP뉴시스

트럼프의 발언은 즉각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클린턴 측은 트럼프가 총기소지자들에게 집단행동을 부추긴 것으로 매우 위험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클린턴 캠프의 로비 무크는 성명을 내고 “트럼프의 발언은 위험하다. 미국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이 어떤 형태의 폭력이라도 시사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크리스 머피 상원의원은 “이건 암살 협박”이라며 “국가적 비극과 위기 가능성을 심각하게 고조시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트럼프 캠프의 제이슨 밀러는 “트럼프는 ‘헌법 2조 지지자의 정치적 영향력이 강하다’는 걸 말한 것”이라며 “그들은 올해 선거에서 클린턴이 아니라 트럼프에게 표를 던질 것”이라고 해명했다.

마이클 하이든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누군가 이런 말을 바깥에서 했다면, 그는 아마 경찰차에 태워져 백악관 비밀경호국으로부터 심문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든 전 국장은 “어떤 의도로 말했느냐보다 사람들이 어떻게 들었느냐가 더 중요하다”면서 “그의 발언이 유머라고 하더라도 미국 역사에 만연한 정치적 암살에 놀라울 정도로 둔감한 발언”이라고 꼬집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정적에 대한 폭력을 사주하는 것으로 비쳐진 트럼프의 즉흥적인 발언이 그를 또다시 곤경에 빠뜨렸다”고 평가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