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록도서 60대 남녀 흉기에 숨져…용의자도 중태

입력 2016-08-09 20:58
2009년 개통된 녹동항과 소록도(오른쪽 섬)를 이어주는 소록대교. 국민일보DB

전남 고흥 소록도 한센인 거주 마을에서 흉기를 휘둘러 2명을 숨지게 한 6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전남 고흥경찰서는 9일 같은 마을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 2명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오모(68)씨를 붙잡아 조사 중이다고 밝혔다.

오씨는 이날 오전 4시45분께 전남 고흥군 소록도 한센인 거주 마을에서 천모(65)씨와 최모(60·여)씨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오씨도 범행 직후 자해를 시도해 광주의 한 대학병원으로 옮겨져 응급수술을 받았으며 중태다.

경찰은 계획에 의한 범행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주변 탐문 등을 하며 다각도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수사 초기 오씨가 천씨만 흉기로 살해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했다.

이웃 조사를 통해 오씨와 천씨, 최모(60·여)씨가 평소 자주 다퉜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신고 2시간여만에 최씨의 집을 찾아가 흉기에 찔려 숨져 있는 최씨를 발견했다.

병원으로 가는 도중 의식을 찾은 오씨로 부터 "최씨도 찔렀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경찰은 이들이 한센인마을에 함께 거주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용의자 오씨와 숨진 천씨는 10여년 전부터 소록도마을에서 생활을 하고 있었으며 최씨는 지난 2013년 치료를 받기 위해 마을에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오씨는 자신과 가깝게 지내던 최씨가 최근들어 천씨와 지내는 것에 불만을 품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오씨가 자신의 집에서 차량을 이용해 5분정도 떨어진 최씨의 집을 먼저 찾아가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어 다시 자신의 집으로 돌아온 오씨가 차량을 주차한 뒤 걸어서 2분거리인 천씨의 집을 찾아가 2차 범행을 한 뒤 흉기로 자해를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숨진 최씨와 천씨의 집은 열쇠로 문을 열어야 하는 구조이며 외부 침입 흔적 등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안면이 있는 오씨가 방문을 하자 문을 열어 준 것이 아닌가 보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또 오씨를 치료하고 있는 병원 측에서 4~5일정도 경과를 지켜봐야한다고 진단해 경과를 지켜 본 뒤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용의자 오씨가 평소 술을 즐겨 마셨으며 범행을 하기 전에도 술을 마신 것으로 보고 있다"며 "한센인 거주지역에는 CCTV가 설치돼 있지 않아 정확한 동선은 파악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용의자가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어 주변 조사만 하고 있다"며 "용의자가 깨어나야 정확한 경위를 파악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