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이 경매에 넘어간 이른바 ‘깡통 건물’ 임을 숨기고 원룸을 구하려는 대학생·사회 초년생의 보증금을 받아 가로챈 60대 남성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 김강산 판사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김모(60)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고 9일 밝혔다. 김씨는 2014년 2월 자신이 소유한 서울 동작구의 건물이 경매 중임에도 A씨를 속여 임대차 계약을 맺고 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씨는 2014년 9~10월 부동산 거래가 활발한 인터넷 유명 카페에 임차인을 모집한다는 글을 올리고, 이를 보고 연락한 B씨에게 경매가 진행 중인 사실 등을 말하지 않은 채 4000만원을 받는 등 지난해 4월까지 12회에 걸쳐 5억1900만원을 가로챈 혐의도 받았다.
김씨는 B씨 등에게 “집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보증금을 받아 이전 임차인들의 보증금을 반환하거나 개인 채무를 갚은 것으로 드러났다.
법원은 김씨의 사기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김 판사는 “경매 진행 사실 등이 알려지면 임대차계약이 체결되지 않을 것을 염려해 인터넷 카페나 전단지 광고를 통해 직거래를 유도했다”며 “임차인은 대부분 학생이거나 사회 초년생으로, 세상물정에 밝지 못한 이들이 큰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김씨를 신뢰하는 것을 이용했다”고 지적했다.
또 ‘부동산등기부등본을 제시하지 않은 채 임대차보증금 반환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행세했다“며 ”이를 요구하는 일부 피해자들에게는 경매진행 내역을 지운 등본을 제시하는 등 적극적으로 기망해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법원 관계자는 “진행 중인 경매사실을 알리지 않고 보증금을 받을 경우 임차인이 등기부를 확인하는 것이 가능해도 사기죄가 성립한다”며 “안전한 부동산 거래를 위해서는 중개인을 통해 계약하거나 직거래라도 반드시 본인이 등기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경매 사실 숨기고 대학생·사회 초년생 원룸 보증금 받아 가로챈 60대 건물주 ‘실형’
입력 2016-08-09 16:04 수정 2016-08-09 1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