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미국 공화당 정권에서 국토부장관과 CIA국장 등 국가안보 부처 고위직을 지낸 50여명이 도널드 트럼프 후보를 반대한다는 공개서한을 8일(현지시간) 발표했다. 트럼프가 당선되면 미국 역사상 가장 무모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게 이들의 경고다.
이들은 서한에서 “트럼프는 대통령이 될 만한 인격과 가치관, 경험을 갖지 못했다”며 “우리는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미국의 안보와 안전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공개서한에 서명한 이들은 리처드 닉슨 대통령부터 조지 W 부시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역대 공화당 정권에서 국토안보부, 중앙정보국(CIA), 국가안보국(NSA)의 고위직을 지낸 사람이 대거 포함됐다. 장관급으로는 마이클 처토프·톰 리지 전 국토안보부 장관, 마이클 하이든 전 CIA·NSA 국장이 서명했다. 차관보급으로는 국무부에서 일했던 존 네그로폰테와 로버트 죌릭과 국방부에서 근무한 윌리엄 태프트4세가 참여했다.
이들은 트럼프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을 무조건 방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호의적으로 평가하는 등 미국 대통령이 되기에는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또 트럼프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크림반도를 합병한 사실조차 모른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특히 공개서한에서 “트럼프는 미국의 헌법과 법률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과 신뢰가 부족하다”며 “종교적 관용, 표현의 자유, 사법부의 독립을 포함한 미국의 제도에도 무지하다”고 비판했다.
또 “트럼프가 미국의 적은 칭찬하면서 미국의 동맹과 친구는 끊임없이 위협한다”며 “외교분야의 경험이 부족한 역대 다른 대통령과 달리 스스로 배울 생각도 하지 않고 현대 국제정치의 기본적인 사실에조차 놀라울 정도의 무지를 드러냈다”고 혹평했다.
공개서한에 참여한 이들은 “우리는 많은 사람들처럼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도 우려한다”면서 “그러나 트럼프는 미국이 직면한 벅찬 도전에 해답이 될 수는 없다”고 규정했다. 이들은 모두 오는 11월 선거에서 트럼프를 찍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트럼프는 진실과 거짓을 구분할 능력도 의사도 없다. 그는 자제력이 부족하며 충동적으로 행동한다. 개인적 비판을 참을 줄도 모른다. 이런 모든 자질은 핵무기 통제권을 가진 최고 통수권자가 되기에는 위험하다”고 평가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