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한·미 FTA를 미국인의 일자리를 죽이는 나쁜 협정이라고 또 비난했다. 트럼프는 미국의 동맹국에게 공정한 부담을 요구하겠다고 말해 한국에게 방위비분담금 인상을 요구할 것을 시사했다.
트럼프는 8일(현지시간) 미시건주 디트로이트에서 경제정책 공약을 발표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트럼프는 지난달 22일 공화당 전당대회에서도 같은 주장을 펼쳤지만 한·미 FTA에 대해서는 보다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트럼프는 “한국에 대해 잠깐 말해보자. 한·미 FTA는 깨진 약속이며 수많은 미국인 근로자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과 소위 전문가들은 한·미 FTA가 발효되면 미국의 수출이 100억 달러 이상 늘고, 일자리 7만개가 창출될 것이라고 했지만 결과는 정반대”라며 “미국의 수출은 별로 늘지 않은 반면 한국의 대미수출은 150억 달러 이상 증가했으며, 미국인 일자리 10만개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주미 한국대사관 김창규 상무관은 “상품교역액만 따지면 한국이 흑자지만 미국은 서비스부문에서 한국을 상대로 100억 달러 규모의 흑자를 보고 있다”며 “기업 투자도 한국의 대미투자액이 미국의 대한투자액의 2배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수입이 줄어든 것은 수년간 지속된 경기불황 탓이며 한·미 FTA 자체가 원인은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는 한·미 FTA뿐 아니라 미국의 모든 무역협정이 미국인의 일자리를 죽였다고 주장하면서 “집권하면 전면 재협상하겠다”고 강변했다. 그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으로 멕시코와의 무역적자가 600억 달러에 달했다”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통과되면 일자리 100만개가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경제회복을 위해 법인세를 현행 35%에서 15% 이하로 줄이고 개인소득세도 대폭 낮추겠다고 약속했다.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하는 의료개혁인 오바마케어를 폐지하고 각종 규제도 대거 철폐하겠다고 했다.
트럼프는 또 동맹국에게 공정한 부담을 지우는 방향으로 군비를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그로 인해 절약되는 예산은 국내 투자로 돌리겠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글로벌리즘이 아닌 아메리카니즘이 우리의 새 신조”라고 덧붙였다.
한편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은 9일 경제정책 공약을 발표할 예정이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