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히토(82) 일왕을 이을 왕위 계승서열 1순위인 왕세자 나루히토(56)는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국민들로부터 폭넓은 인기를 모으고 있다. 수려한 외모에다 겸손한 태도를 갖췄고, 프로 수준의 비올라 연주 실력으로 팬들도 많다.
1960년 2월생인 나루히토는 아키히토의 2남1녀 중 장남이다. 왕실 구성원들이 주로 다니는 가쿠슈인 대학에서 사학을 전공한 뒤 영국 옥스퍼드 머튼 대학에서 템스강의 수운(水運)과 관련해 공부한 유학파다.
1989년 할아버지 쇼와 왕이 사망한 뒤 아버지가 왕으로 즉위하면서 황태자가 됐다. 1993년 귀족이 아닌 평민 출신의 전직 외교관 오와다 마사코(53)와 결혼해 화제를 낳았다. 이 때문에 나루히토를 두고 “이전 왕들에 비해 소탈하다”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부인이 대외기피증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는 등 결혼생활은 평탄치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둘 사이에는 아이코(15) 공주가 있으며 아직 아들이 없다. 아들을 낳기 위해 노력했지만 번번이 실패했고, 현재로선 자녀를 추가로 둘 생각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인들은 나루히토에게 아들이 없기 때문에 나루히토로의 왕위 이양에 아주 기뻐하는 눈치는 아니다. 현재 왕위 계승서열은 나루히토의 남동생인 아키시노노미야가 2순위이고, 3순위는 아키시노노미야의 아들인 히사히토(10)다. 다만 일본 현지에서는 영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여왕이 나와야 한다는 의견이 확산되고 있는 추세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지난달 보도하기도 했다. 유엔도 2003년에 “일본에서도 여성이 왕이 될 수 있는 길이 생길 수 있는가”라는 취지로 일본 정부에 질의를 한 적이 있다.
나루히토는 대외적으로는 일본적십자사 명예부총재와 유엔 ‘물과 위생 자문위원회’ 명예총재직 등을 맡아왔다. 또 비올라 연주로 2004년과 2007년에 정명훈을 비롯한 유명 연주자들과 협연을 펼치기도 했다. 한국에 대해 호의적으로 생각하고 있어 방한을 추진하기도 했으나 이뤄지지는 못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