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의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미국의 민주 공화 양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가 엎치락뒤치락 하고 있다. 트럼트의 막말 등으로 일단은 힐러리가 다소 앞서는 판세지만 섣부른 예측은 어렵다. 양쪽의 지지자들(반대자들도)이 거의 백중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어도 할리우드에 관한 한 양측으로 갈린 ‘별들의 전쟁’에서 승부는 이미 끝났다. 힐러리를 지지하는 스타들이 면면에서나 수에 있어서나 트럼프 지지 스타들을 압도하고 있는 것. 전통적으로 할리우드는 민주당 편이었거니와 이번 역시 예외는 아니다. 아니 훨씬 심하다. 공화당 후보가 트럼프라는 ‘희한한 별종’이어서 그럴 것이라는 짐작은 된다. 사실 고 존 웨인이나 찰턴 헤스턴 같은 골수 공화당 지지파라도 공화당 후보가 트럼프라면 글쎄, 덮어놓고 지지했을까 의심스럽다. 그런 형편이니 그동안 공화 민주 양측 사이에서 그래도 비교적 평평하던 시소가 너무 한쪽으로 기울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우선 힐러리 지지 스타들을 보자. 로버트 드니로를 필두로 조지 클루니, 맷 데이먼, 제이미 폭스, 줄리언 무어, 샬리즈 테론 등 거물들이 줄을 섰다. 그리고 스칼렛 요한슨, 리즈 위더스푼, 드루 배리모어, 새뮤얼 잭슨 등이 한몫 거들고 있다. 배우는 아니지만 내로라는 유명인사로는 스티븐 스필버그, 엘튼 존도 있다.
반면 트럼프 지지스타는 상대적으로 빈약하다. 거물급으로는 존 보이트 정도이고 클린트 이스트우드도 일단 지지자로 분류되나 그는 트럼프 지지자라기보다는 반힐러리파라고 해야 맞다. 이스트우드의 술회. “트럼프는 적어도 자신이 어디서 출발했는지 아는 사람이다. 하지만 나는 트럼프와 견해가 모두 같은 건 아니다. 힐러리에 대해 말하자면 그는 지난 4년 동안 숱한 말을 했다. 그 말을 또 듣기는 싫다.” 그 다음은 대체로 B급 이하의 스타들이다. 찰리 쉰, 스티븐 볼드윈, 게리 뷰지 등. 다만 배우 이외의 중량급 인사로 컨트리계의 전설 케니 로저스와 ‘핵주먹’ 마이크 타이슨이 눈에 띈다.
그 중 찰리 쉰은 트럼프와 함께 정계에서 뛰어보겠다는 정치적 야심까지 내비쳤다. 그는 동료배우 오웬 윌슨이 트럼프를 일컬어 “정계의 찰리 쉰”이라고 헐뜯자 즉각 “트럼프의 부통령으로 나만한 이도 없다”며 자신을 영입할 것을 공개 주문했다. 그래봤자 농담이겠으나 트럼프 지지자들은 할리우드에서 야유를 받기 일쑤다.
트럼프 지지자인 배우 안토니오 사바토 주니어는 지난 7월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트럼프 지지연설을 한 이후 걸핏하면 욕을 먹고 입방아에 오르내리는가 하면 할리우드에서 기피인물로 찍혀 블랙리스트에 올랐다고 주장했다. 원래 속옷 모델로 출발해 주로 TV-‘종합병원(General Hospital)’이나 ‘멜로즈 플레이스(Melrose place)’같은 낮 시간대의 소프 오페라-에서 활약, 우리에게는 낯선 배우인 그는 버라이어티지와 인터뷰에서 공화당 전당대회 찬조연설 후 여기저기서 조롱과 모욕을 받는가 하면 할리우드의 유명 감독들은 앞으로 그를 절대 기용하지 않겠다고 매니저에게 공식 통보했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그는 “영화업계는 재능과 능력에 따라 일을 할 수 있을 뿐 정치적 또는 종교적 성향에 좌우되는 곳이 아닌데도 실제로는 그렇다”면서 “이토록 불공평한 일이 어디 있나, 공산주의와 뭐가 다른가”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나는 정치인도 아니고 나를 이끄는 최고의 지도자는 예수 그리스도일 뿐”이라며 “그러나 업계를 장악하고 있는 인사들은 저 친구는 예수 그리스도를 입에 달고 사니까 상종 못할 사람이라며 배척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른 인터뷰에서도 자신을 독실한 기독교신자로 묘사하면서 오바마 대통령은 기독교신자라지만 실제로는 무슬림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미국 국민은 지난 7년 반 동안 무슬림 치하에서 살아왔다”는 것.
그런 사바토 주니어가 한 말이니 자신에 대한 박해설도 신빙성이 떨어지지만 어쩌랴. 그의 말대로 미국은 ‘언론자유의 나라’인 것을. 하긴 우리나라에서도 특정 정치인이나 정치세력을 지지했다고 해서 활동에 제약을 당하는 등 박해받았다고 주장한 연예인들이 있고 보면 거기나 여기나 ‘그런 사람’들은 있기 마련인가보다.
김상온 (프리랜서 영화라이터)
[김상온의 영화이야기]<82>별들의 전쟁
입력 2016-08-08 14: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