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여년간 메이저리그 그라운드를 풍미한 뉴욕 양키스의 타자 알렉스 로드리게스(41)가 핀스트라이프 유니폼을 벗는다. 7일(현지시간) 로드리게스는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12일 탬파베이 레이스와의 홈경기를 마지막으로 선수가 아닌 구단 인스트럭터 및 특별 자문역을 맡는다고 발표했다. 잔여 연봉 2100만 달러(약 234억원)는 보장 받았다.
로드리게스는 “야구를 사랑하고, 뉴욕 양키스를 사랑한다. 오늘은 작별을 하려고 한다”며 눈시울을 붉힌 뒤 “18세에 메이저리그에 데뷔해서 20년 넘게 뛸 거라고 상상도 못했다. 영원히 뛰고 싶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1993년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를 차지한 로드리게스는 1994년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유격수로 데뷔했다. 1995년 아메리칸리그 신인왕을 수상하며 화려한 앞날을 예고했다. 데릭 지터(42), 노마 가르시아파라(43)와 ‘유격수 3인방’으로 불리며 큰 인기를 모았다.
2001년 자유계약신분을 얻은 로드리게스는 텍사스 레인저스와 10년 2억5200만 달러(약 2813억원)의 초대형 계약을 맺으며 연봉 신기록을 세웠다. 2001~2003년 3연속 홈런왕에 올랐고, 2003년 처음으로 아메리칸리그 MVP를 수상했다.
2004년 뉴욕 양키스로 이적한 뒤에도 로드리게스의 기세는 멈출 줄 몰랐다. 2005년, 2007년 최다 홈런을 때려내며 MVP의 영예를 거머쥐었다.
하지만 ‘A-ROD’의 영광은 거기까지였다. 2009년 금지약물을 복용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2009년 뉴욕 양키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에 힘을 보탰지만 팬들은 더 이상 로드리게스의 홈런에 환호하지 않았다. 2013년 또 한 번 약물을 복용한 사실이 드러났고 기량마저 떨어져 더 이상 추락할 곳도 찾지 못했다.
로드리게스의 은퇴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의 트윗도 새삼 주목을 받았다. 야후뉴스의 딜런 스테이블포드에 따르면 트럼프는 2012년부터 60차례 넘게 로드리게스의 약물복용을 비난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로드리게스를 비교하기도 했다.
22년간 2781경기에 나서 3114안타 696홈런 2021득점 2084타점 329도루를 올린 베테랑 타자는 그렇게 그라운드와 씁쓸한 작별을 고했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