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가수 박진영(44)의 모습을 얼마나 기억하시는지. 어느덧 ‘JYP엔터테인먼트 대표’ 타이틀이 더 익숙해진 게 사실이다. 원더걸스·투피엠(2PM)·투에이엠(2AM)·미쓰에이(MissA)·갓세븐(GOT7)·트와이스(Twice) 등 걸출한 아이돌 그룹을 거느리는 그이니까. 무대보다 심사위원석에 앉은 모습을 먼저 떠올리는 이도 적지 않을 테다.
그러나 우리가 잊고 있던 박진영의 또 다른 이름이 있다. ‘영원한 딴따라.’ 자식처럼 길러낸 가수들이 대형무대를 가득 채우고도 남을 만큼이 됐지만, 그는 여전히 자타공인 딴따라다. 노래하고 춤출 때 그의 얼굴 가득 번져있는 미소를 보면 알 수 있다.
7일 서울 송파구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6 JYP 네이션 믹스&매치(JYP NATION MIX&MATCH)’에는 JYP 소속 아티스트들이 총출동했다.
최고참 걸그룹 원더걸스부터 큰 형님격인 2PM, 2AM 멤버로는 유일하게 참석한 조권, 수지 빈자리를 메운 미쓰에이의 민·페이, 혈기 왕성한 GOT7, 요즘 핫한 트와이스, 파릇파릇한 신인 데이식스(DAY6), 가창력 있는 솔로 지소울(G.soul)·백아연·박지민·버나드 박까지 모두 함께했다.
2010년부터 2년 마다 열린 이 합동 콘서트는 올해로 4회째를 맞았다. 이번 공연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건 다양한 형태의 콜라보레이션이었다. 아티스트들이 서로의 노래를 ‘따로 또 같이’ 불렀다.
오프닝곡 ‘허니(Honey)’와 ‘소 핫(So Hot)’은 전 출연진이 파트를 나누어 소화했다. 이어진 ‘살아있네’ ‘어머님이 누구니’ 등은 팀별로 일부 멤버가 나와 새로운 조합으로 무대를 선보였다.
이런 식의 콜라보는 공연 내내 이어졌다. 닉쿤·마크·주니어가 트와이스의 ‘우아하게’를, 조권·뱀뱀이 미쓰에이의 ‘허시(Hush)’를, 나연·사사·정연·지효 등이 2PM의 ‘니가 밉다’ ‘미친 거 아니야’를 함께 완성했다. 어디서도 볼 수 없는 특별한 무대들이었다.
지소울과 함께한 ‘난 여자가 있는데’ 협업 무대를 마치고 마이크를 든 박진영은 “보통의 합동 공연은 자기 무대만 하고 들어가는데 우리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며 “서로의 곡을 바꿔 부르거나 같이 부르는 무대를 많이 준비했다. 즐기시라”고 소개했다.
그리고는 자신의 속이야기를 살짝 덧붙였다. “오늘은 저도 JYP 사장이 아니라 가수 박진영으로 무대에 섰습니다. 사람들이 주책맞게 왜 계속 무대에 서냐고 그러는데, 괜찮을까요? 저 60세까지 (가수)하려고 하거든요. 괜찮아요?”
가수 박진영의 클래스는 변함이 없었다. 바로 이어진 ‘너뿐이야’ 무대에서 순식간에 청중을 압도했다. 곳곳의 관객을 챙기면서 호응을 이끌어내는 솜씨에서 연륜이 묻어났다.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몸짓으로 폭발적인 독무 무대를 마쳤을 때 객석에서는 뜨거운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박진영이 무대에서 내려간 뒤 후배들이 차례로 알차게 공연을 꾸몄다. 발라드, 밴드, 댄스 등 다양한 음악과 무대가 관객을 즐겁게 했다. 2PM이 ‘하트비트(HeartBeat)’ ‘핫(Hot)’ ‘니가 밉다’ ‘10점 만점에 10점’ 등 히트곡을 연달아 선사하며 공연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이윽고 전 출연진이 무대에 올라 ‘핸즈 업(Hands Up)’을 불렀을 때 현장은 열광의 도가니였다.
앙코르 무대가 시작되고, 박진영은 무대 중앙을 든든히 지켰다. “2년 뒤에는 더 멋진 무대로 돌아오겠다”고 약속한 그는 “아직 힘이 남으셨다면 한 번 더 놀고 가자”며 마지막 힘을 내어 함께 즐기길 독려했다.
대표곡 ‘그녀는 예뻤다’가 울려 퍼지자 박진영은 물 만난 고기인 듯 춤을 췄다. 동작 하나하나가 남달랐다. 원더걸스의 ‘텔미(Tell Me)’가 나올 때도 아이처럼 뛰놀았다. ‘어머나’ 안무까지 따라하며 무대를 즐겼다.
“파티 피플~” 박진영의 힘찬 외침과 함께 끝 곡 ‘날 떠나지 마’가 시작됐다. 첫 소절이 나오자 그는 가슴에 손을 얹고 세상을 다 가진 듯한 표정을 지었다. 돌출무대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관객들과 눈을 맞춰 인사했다. 3층 객석까지 신경을 쏟은 이는 박진영이 거의 유일했다. 끝까지 무대에서 방방 뛰며 호응을 유도한 이 역시 박진영이었다.
전 출연진이 무대에 일렬로 나란히 늘어서서 끝인사를 한 뒤 박진영은 가장 먼저 손을 흔들며 퇴장했다. 아쉬운지 눈으로 객석을 쭉 훑었다. 그의 몸속에는 역시 뜨거운 ‘딴따라’의 피가 흐르는 모양이다. 이런 열정은 그를 따르는 JYP 식구들에게도 적잖은 귀감이 되리라.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