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블록버스터 ‘부산행’(감독 연상호)이 100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뒀다.
7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부산행’은 전날 약 230만명을 추가해 누적관객수 981만7584명을 동원했다. 개봉 19일째인 이날 중 10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올해 개봉 영화 중 1000만 스코어를 넘는 건 처음이다. 역대 한국영화로는 14번째, 국내 개봉 외화를 합하면 18번째 대기록이다.
‘부산행’은 좀비 바이러스가 창궐한 재난 상황에 부산으로 향하는 열차에 오른 사람들의 살기 위한 분투를 그렸다.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2011) ‘사이비’(2013)를 연출한 연상호 감독의 첫 실사영화이자 제작비 85억원이 투입된 대작이다.
당초 몇 가지 불안요소가 있었다. 애니메이션계에서 이름을 날리는 연 감독이지만 실사 촬영은 초짜였다. 국내에 생소했던 좀비를 소재로 한 점도 도전이었다. 티켓파워를 자랑하는 배우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관계자들조차 성공을 확신하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지난 5월 열린 제69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현지에서 이례적인 호평이 쏟아지며 기대감은 급상승했다. 칸영화제에서 전 세계 156개 국가에 선 판매돼 역대 최고 판매액(약 30억원)을 올리기도 했다.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자신감 있는 행보를 이어갔다. 지난달 15~17일 대규모 유료시사회를 개최해 56만명을 동원했다. ‘변칙·꼼수 개봉’이라는 질타를 받았으나 입소문 효과를 얻는 데에는 성공했다.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민낯을 옮겨놓은 듯한 이야기가 공감을 이끌어냈다. 극한 상황에 타인을 배척하는 이기심과 바이러스 확산을 막지 못하면서도 “안심하라”는 말만 늘어놓는 정부의 모습은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신선한 화면과 완성도 있는 CG도 호평을 받았다.
‘부산행’은 정식 개봉 첫 날인 지난달 20일 87만2519명을 들였다. ‘괴물’(2006)이 보유했던 재난영화 최고 오프닝 기록을 10년 만에 갈아치웠다. 지난달 23일에는 역대 일일 최다 관객 수(128만1212명)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연 감독은 ‘변호인’의 양우석 감독 이후 두 번째로 1000만 위업을 달성한 신인감독이 된다. 연기력에 비해 흥행운이 많지 않았던 공유·정유미·마동석 등은 당당히 ‘1000만 배우’ 타이틀을 달게 됐다.
오늘 18일 개봉되는 ‘부산행’의 프리퀄(원작 이전의 사건을 다룬 속편) 애니메이션 ‘서울역’이 열기를 이어갈지 주목된다. 좀비 탄생의 배경 등 ‘부산행’에서 다뤄지지 않은 이야기가 담긴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