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 복귀 수순을 밟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손학규 전 상임고문이 7일 전남 신안 하의도에 있는 고(故)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생가를 찾아 “(DJ는) 미래를 보는 지도자였다”고 말했다. “더 이상 물러설 데가 없다”는 말로 정치 재개를 기정사실화한 손 전 고문의 행보가 빨라지면서 9월 복귀설에 힘이 실리고 있다.
손 전 고문은 “2년 전 정치를 떠날 때 아침에 조용히 집사람과 둘이 김대중 선생 묘소를 참배하고 강진에 갔다”고 운을 뗐다. 이어 “우리나라가 지금 경제 사회적으로 어렵고 남북관계는 절벽에 처해있다”며 “미래를 보는 정치가,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대중 선생의 정치는 우리에게 굳건히 시퍼렇게 살아있다”고도 했다. 그는 추도식 후엔 모래구미해수욕장을 맨발로 거닐고 큰바위얼굴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목포를 거쳐 다시 강진으로 돌아갔다. 정계복귀 시기와 방식, 향후 일정 등에 대해선 입을 닫았다.
손 전 고문은 전날 목포 김대중노벨평화상 기념관에서 열린 ‘평화와 희망의 밤 콘서트’에도 참석했다. 콘서트가 끝나고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가 손 전 고문 자리로 가 빨리 돌아오셔서 힘을 주셔야죠”라고 말을 건넸지만 그는 대답 없이 웃기만 했다. 야권의 유력 주자인 두 사람이 만나 대화를 한 건 2012년 9월 옛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경선 이후 4년만이다. 여러 행사에서 스치듯 지나간 적은 있어도 말을 나눈 적은 없었다고 한다. 손 전 고문은 지난 5월 “정치의 새 판을 짜겠다”며 복귀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뒤 각종 행사와 지지자 모임에 자주 얼굴을 비추고 있다. 이달 말엔 ‘대한민국 대개조’에 대한 구상을 담은 저서를 출간할 예정이다.
문 전 대표는 일제에 국권을 빼앗기자 음독 자결한 매천 황현 선생의 전남 광양 생가를 찾아 “비판만 하신 것이 아니라 대안과 방책을 제시하고 말로써 그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책임까지 지신 분이었다”고 높이 평가했다. 문 전 대표는 생가 마루에 비치된 방명록에 “추상같은 비판정신과 우국충심을 깊이 새깁니다”라고 썼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DJ생가 찾은 손 "미래 보는 지도자" 문재인 "힘을 실어달라"요청에 대답 없이 웃기만
입력 2016-08-07 1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