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나뭇결을 오롯이 살린 신희숙 작가 선화랑 개인전 “결은 삶과 인생의 흔적”

입력 2016-08-07 15:36

결이 오롯이 살아있는 이런 작품을 별로 본적이 없다. 결마다 생명력이 꿈틀거린다. 신희숙 화백의 그림이 그렇다. 40년 넘게 전통적인 한국미를 현대적인 미감으로 표현하는 작업에 매달려온 신 화백은 올해 ‘결’을 발견했다. 나무의 결이 이토록 아름다울 수가 있다는 말인가. 신세계를 찾아내기라도 한 것처럼 눈이 번쩍 뜨였다.
그의 작품은 캔버스가 아니라 나무의 결을 그대로 살린 채 붓질한 것이다. 결에 따라 채색을 달리하면서 구상과 추상의 세계를 만들어냈다. 구상은 구상대로 나무 풍경 등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다가가고, 추상은 추상대로 결이 드러내 보이는 저 너머의 세계, 즉 유토피아에 대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회화 작품의 독창성을 평가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40년 동안 자신만의 새로운 그림을 찾아 수없이 많은 소재 및 재료와 씨름 하던 작가는 나뭇결의 아름다움에 빠져든 순간 여름의 무더위도 잊어버리고 희열과 열정으로 붓질에 매달렸다. 새로운 발견이 그룹전 등을 통해 노출돼 혹시라도 카피가 나돌게 될까봐 고심하던 끝에 개인전을 갖게 됐다.
7월 27일부터 8월 2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36 갤러리 올에서 개인전을 열고, 8월 3일부터 9일까지 종로구 인사동5길 8 선아트센터 3층에서 개인전을 잇따라 열고 있다. ‘결’을 주제로 하는 대작과 소품 등 30여점을 내놓았다. 작가는 “새로운 결은 나를 만들고 나는 결을 만든다. 결 따라 가다보면 나를 만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삶이란 그런 것이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일상의 흔적이 결이 되고 결이 모여 연륜이 되고 인생이 되는 것이 아닐까. 어떤 모양, 어떤 문양이 될지는 삶에 대한 각각의 생각과 태도에 따라 달라지게 될 것이다. 선이 굵거나 가느다란 결이 있고 문양도 순하고 아름답게 또는 거칠고 어지럽게 나타나기도 할 것이다. 그것은 삶을 사는 각자의 몫이다.
신 화백의 인생 결은 어떠한가. 충남 공주 출신인 그는 서라벌예대와 중앙대 예술대학원을 나와 예술가의 길로 들어섰다. 첫 개인전을 1980년대 압구정동 현대미술관에서 열었다. 당시 쟁쟁한 작가들의 개인전이 열리던 현대미술관에서 첫 개인전에 초대 받은 것은 파격이었다. 채색화를 하던 작가의 작품이 신선한 울림을 전하기 때문에 가능했다.
운보 김기창 화백이 그의 전시에 참가했다. 운보는 다른 약속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전시장에서 발걸음을 떼지 않았다고 한다. 신희숙의 그림에 운보가 반한 것이다. 호평과 찬사 속에 작품은 거의 판매되면서 단숨에 인기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2번째 개인전도 현대미술관에서 열고 이후 나혜석 여성미술 초대전, 독일 프랑크푸르트 시장 초대전, 미주 한인 이민 100주년 기념 초대전 등에 참가했다.


일본 동경아시아미술제 특선, 한국미술제 금상, 부산미술제 대상, 후소회 공모전 입선 및 특선을 차지한 작가는 시와 소설 쓰기를 겸하기도 한다. 문학과 의식에 소설 ‘잠’이 당선되고 한국문인협회에 시 ‘해에게’가 당선됐다.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 ‘목수’가 당선되고 허난설헌 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집 ‘사랑의 덫을 놓고 잠 못 드는 그대여’(신원문화사) ‘봄보다 먼저 온 여자’(상지문화사) 등을 냈다.


한국미술협회, 한국문인협회, 세계미술교류협회, 운사회, 유동문학회 등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결 작업으로 독자적인 예술세계를 새롭게 열어가고 있다. 그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작품에 임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각오를 다졌다. 끊임없이 연구하고 도전하는 그의 어깨에는 영원한 예술혼을 향한 열정이 드리워져 있는 것 같았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