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전대 비박계 단일 후보가 30분 만에 뒤바뀐 사연은?

입력 2016-08-06 00:05
새누리당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8·9 전당대회를 나흘 앞둔 5일 주호영 의원이 정병국 의원과 단일화에 합의해 비박(비박근혜)계 단일후보로 결정됐습니다. 그러나 이날 주 의원이 비박계 단일화 후보로 결정되기 전 정 의원이 단일후보로 결정됐다는 보도가 이어지는 등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이같은 해프닝은 단일화 후보 발표 30여분 전 정 의원이 단일화 후보로 결정된 것을 전제로 한 연설문 초안이 유출됐기 때문입니다.

정 의원과 주 의원 측은 전날 오후 여론조사를 통한 비박계 후보 단일화에 전격 합의한 바 있습니다. 때문에 두 사람이 이날 오후 충남 천안 유관순기념관에서 열리는 3차 합동연설회가 끝난 직후 단일화 발표를 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습니다. 당장 7일부터 권역별 선거인단 투표가 진행되는 만큼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이죠.

충남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5알 열린 새누리당 전당대회 충청권 합동연설회에서 당대표 후보로 나선 주호영 의원과 정병국(오른쪽) 의원이 다른 후보들과 함께 손을 맞잡고 있다. 뉴시스


오후 4시25분쯤 정 의원 측 일부 인사는 새누리당 출입기자들에게 SNS 메시지를 통해 ‘단일화 관련 기자회견 안내’라는 공지를 전달했습니다. 오후 5시에 유관순기념관 내 대기실에서 발표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리고 10여분 뒤 출입기자단 사이에 정 의원이 단일화 후보로 결정된 것을 전제로 한 연설문이 오후 5시 엠바고(보도유예)를 전제로 돌기 시작했습니다. 앞서 여러 여론조사에서도 정 의원의 지지율이 주 의원보다 높았던 만큼 정 의원으로 후보 단일화가 될 가능성을 의심하는 사람은 드물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정 의원 측은 4시59분이 돼서야 “후보 단일화와 관련하여 아직 결과가 발표 되지 않았음을 알려 드립니다”는 긴급공지를 돌렸습니다. 정 의원 측 관계자는 “아직 여론조사 결과 분석이 끝나지 않았다”며 “미리 준비해둔 보도자료가 나간 것 같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때는 이미 늦었고 방송과 인터넷에는 정 의원이 비박계 단일 후보가 됐다는 내용이 파다하게 퍼졌습니다. 단일화 기자회견은 정 의원 측이 공지한 30분 뒤인 5시30분쯤에야 열렸습니다. 주 의원으로 후보가 결정된 뒤 해당 언론들은 오보 내용을 황급히 삭제하거나 정정했지만, 언론만큼이나 뉴스를 접한 국민들도 황당하기는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집권 여당의 당 대표 후보자가 30분 만에 뒤바뀐 격이었으니까요.

우선 속보 경쟁에 매몰돼 공식 기자회견이 시작됐는지 확인되기도 전에 기사나 자막을 내보낸 언론의 책임이 큽니다. 그러나 정 의원 측도 이번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일각에서는 정 의원 측 인사가 ‘언론 플레이’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합니다. 후보자의 연설문 가안은 ‘내부자’가 아니면 접근하기 힘든 ‘고급정보’이기 때문입니다. 단일화 추진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주 의원보다 우위에 있던 정 의원 측이 더 적극적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앞선 여론조사 결과를 믿고 성급하게 승리 가능성을 예단했던 것이 예상 밖의 결과는 물론 이같은 해프닝을 빚었다는 분석이 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총선과 마찬가지로 민심의 향배 앞에 정치권이 한없이 겸손해야 한다는 교훈을 떠올리게 합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