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의원과 주 의원 측은 전날 오후 여론조사를 통한 비박계 후보 단일화에 전격 합의한 바 있습니다. 때문에 두 사람이 이날 오후 충남 천안 유관순기념관에서 열리는 3차 합동연설회가 끝난 직후 단일화 발표를 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습니다. 당장 7일부터 권역별 선거인단 투표가 진행되는 만큼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이죠.
오후 4시25분쯤 정 의원 측 일부 인사는 새누리당 출입기자들에게 SNS 메시지를 통해 ‘단일화 관련 기자회견 안내’라는 공지를 전달했습니다. 오후 5시에 유관순기념관 내 대기실에서 발표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리고 10여분 뒤 출입기자단 사이에 정 의원이 단일화 후보로 결정된 것을 전제로 한 연설문이 오후 5시 엠바고(보도유예)를 전제로 돌기 시작했습니다. 앞서 여러 여론조사에서도 정 의원의 지지율이 주 의원보다 높았던 만큼 정 의원으로 후보 단일화가 될 가능성을 의심하는 사람은 드물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정 의원 측은 4시59분이 돼서야 “후보 단일화와 관련하여 아직 결과가 발표 되지 않았음을 알려 드립니다”는 긴급공지를 돌렸습니다. 정 의원 측 관계자는 “아직 여론조사 결과 분석이 끝나지 않았다”며 “미리 준비해둔 보도자료가 나간 것 같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때는 이미 늦었고 방송과 인터넷에는 정 의원이 비박계 단일 후보가 됐다는 내용이 파다하게 퍼졌습니다. 단일화 기자회견은 정 의원 측이 공지한 30분 뒤인 5시30분쯤에야 열렸습니다. 주 의원으로 후보가 결정된 뒤 해당 언론들은 오보 내용을 황급히 삭제하거나 정정했지만, 언론만큼이나 뉴스를 접한 국민들도 황당하기는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집권 여당의 당 대표 후보자가 30분 만에 뒤바뀐 격이었으니까요.
우선 속보 경쟁에 매몰돼 공식 기자회견이 시작됐는지 확인되기도 전에 기사나 자막을 내보낸 언론의 책임이 큽니다. 그러나 정 의원 측도 이번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일각에서는 정 의원 측 인사가 ‘언론 플레이’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합니다. 후보자의 연설문 가안은 ‘내부자’가 아니면 접근하기 힘든 ‘고급정보’이기 때문입니다. 단일화 추진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주 의원보다 우위에 있던 정 의원 측이 더 적극적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앞선 여론조사 결과를 믿고 성급하게 승리 가능성을 예단했던 것이 예상 밖의 결과는 물론 이같은 해프닝을 빚었다는 분석이 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총선과 마찬가지로 민심의 향배 앞에 정치권이 한없이 겸손해야 한다는 교훈을 떠올리게 합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