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개막을 하루 앞둔 4일(이하 브라질 마나우스시간)은 나이지리아 축구대표팀에 매우 분주한 하루였다. 아침에 미국에서 출발해 6시간30분 동안 비행기로 이동하고 오후에 브라질에 도착했다. 그래도 90분 동안 경기를 뛰면서 5골을 넣고 이겼다. 나이지리아대표팀의 18시간에 대한 이야기다.
▲오전 7시(한국시간 4일 오후 8시)
나이지리아대표팀은 올림픽 남자 축구 조별리그 B조 1차전의 격전지인 브라질 마나우스와 시차가 같은 미국 애틀랜타에서 전지훈련을 실시했다. 당초 지난달 29일 브라질로 입국할 계획이었지만 나이지리아축구협회의 금전적인 문제로 애틀랜타에서 계속 체류했다. 이 황당한 상황은 경기 당일까지 이어졌다.
AP통신에 따르면 나이지리아대표팀은 오전 8시 애틀랜타공항에 있었다. 뒤늦게나마 비행기에 탑승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마저 1시간 지연됐다. 대표팀은 오전 9시 델타항공이 무료로 제공한 전세기를 탑승하고 브라질로 떠났다.
▲오전 8시~오후 2시30분(한국시간 4일 오후 9시~5일 오전 3시30분)
나이지리아 대표팀은 비행기 안에 있었다. 누군가는 부족한 휴식을 취했을 것이고, 다른 누군가는 연착할지도 모른다는 초조함으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을 것이다. 비행기가 제때 착륙해도 킥오프를 6시간30분 앞둔 시간이어서 촉박했다. 비행기의 연착으로 시작시간에 경기장으로 입장하지 못하면 서두른 보람도 없이 몰수패를 당할 수밖에 없었다.
▲오후 2시30분(한국시간 5일 오전 3시30분)
애틀랜타가 미국의 남부, 마나우스가 아마존 열대림의 브라질 북부에 있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비행기는 연착하지 않았다. 6시간30분의 비행시간 동안 북반구에서 남반구로 이동하면서 계절은 바뀌었지만 기온 차이는 크지 않았다. 브라질 마나우스공항에 도착한 선수들은 입국 수속을 밟고 호텔로 이동해 여장을 풀었다. 여독을 풀지도 못하고 선수들은 곧바로 경기장으로 이동해야 했다.
▲오후 9시~오후 11시(한국시간 5일 오전 10시~정오)
나이지리아는 오후 9시 브라질 마나우스 아마조니아 아레아 그라운드에서 전열을 갖추고 일본대표팀과 마주했다. 아침까지만 해도 미국에 있었던 나이지리아 선수들은 체력도, 정신력도 혼미했지만 경기에 나선 이상 이겨야 했다. 주심은 호각을 울려 킥오프를 알렸다.
난타전이 벌어졌다. 무려 9골을 주고받았다. 그리고 후반 추가시간 5분까지 95분의 혈투를 마치고 마지막에 웃은 쪽은 나이지리아였다. 나이지리아는 5대 4로 승리했다. 아침에 비행기를 타고 대륙과 계절을 이동하고, 여독을 풀기도 전에 2시간 가까이 경기를 뛴 나이지리아를 잡지 못한 일본은 땅을 치고 울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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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