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열대야는 알아도 내일밤은 모른다’ 아, 기상청!

입력 2016-08-05 17:18
국민일보DB

서울 기준으로 지난달 22일부터 5일까지 이틀을 제외하고 13일 동안 열대야가 이어졌다. 하지만 기상청의 공식적인 열대야(일일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인 날) 예보를 하지 않는다. 기상청은 열대야 ‘정보'는 제공할 수 있지만, ‘예보'는 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5일 “기온 예보를 하기 때문에 별도로 열대야 예보가 필요하지 않다”며 “대신 열대야 정보를 기상 정보문에 넣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오전 발표된 기상 정보문에는 ‘열대야가 나타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기상청의 열대야 정보는 폭염특보처럼 매일 의무적으로 발표되지 않는다. 실제 지난달 31일 서울지역의 최저기온은 26.6도로 열대야였지만 기상청은 이에 대해 따로 예보하지 않았다. 시민들은 기상청에서 예보하는 최저기온을 보고 알아서 열대야를 예상해야 한다는 의미다.

기상청은 열대야가 정식 기상학 용어가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다. 열대야는 폭염에 따르는 부수적 현상이기 때문에 별도로 예보할 필요가 없고 최저 기온을 통해 파악하면 된다는 것이다. 폭염특보처럼 주의보(이틀연속 33도 이상), 경보(이틀연속 35도 이상)를 낼 만큼 열대야로 인한 피해가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기상청은 이미 ‘지나간’ 열대야는 폭염과 함께 구체적으로 분석해 발표한다. 지난 1일에는 지난달 지역별 열대야 발생 시점과 지속 기간을 분석했다. 결국 ‘어젯밤 열대야는 분석해도 내일 밤 열대야는 예보하기 어렵다’는 게 기상청의 입장인 셈이다.

국민들이 열대야에 잠못 이루는 가운데 ‘찜통더위’는 주말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기상청은 주말인 6일과 7일도 낮 최고기온이 35도를 육박할 것으로 내다봤다. 더위는 이번 주말이 지난 이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덥고 습한 북태평양고기압이 계속해서 우리나라 부근에 머무르면 역대 가장 더웠던 ‘1994년 여름’이 재연될 수도 있다. 당시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38.4도를 기록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주말이 지나면서 내륙을 중심으로 소나기가 내릴 가능성이 있지만 당분간 전국 대부분 지역의 낮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더운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연일 계속되는 폭염으로 인한 인명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 10여일간 더위로 숨진 사람이 7명이나 됐다. 5일 질병관리본부의 온열질환 감시체계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24일부터 지난 3일까지 열탈진, 열사병, 열경련, 열실신 등으로 응급실에 실려간 사람은 모두 411명에 달했다. 이 중 7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해 연간 온열질환 사망자 수와 같다. 지난 5월 23일 온열질환 감시 시작 이후 지금까지 발생한 온열 질환자는 모두 909명이며, 사망자는 10명이다. 전체 환자 중 50대가 23%(207명)로 가장 많았고 60대(16.2%), 40대(15.1%), 70대(10.7%)가 뒤를 이었다. 농림어업 종사자가 138명으로 가장 많았다. 노숙인도 8명에 달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