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직장인 L씨는 출퇴근길이 괴롭다. 서울 여의도 9호선 국회의사당역에 내려 회사로 가야하는데, KDB산업은행 주출입구 옆에서 매일 시동을 켠 채 냉난방을 하는 경찰버스(사진)와 맞닥뜨린다. L씨는 경찰버스 배기관에서 나오는 미세먼지로 인해 호흡곤란 증세마저 느낀다고 호소했다.
산업은행에서 수출입은행까지 서울 여의도 은행로 일대는 곳곳이 주정차 금지구역이다. 또 서울시 전체가 자동차 공회전 제한구역이다. 산은은 건물 주변에 나무를 심어 숲으로 된 보행로까지 설치하는 등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그럼에도 경찰버스는 산은의 주출입구 옆에서 많을 땐 5대 넘게 모여 종일 공회전을 하며 버젓이 냉방을 한다. 경찰버스가 이러자 휴가철 폭염에 손님 없는 택시들도 경찰버스 바로 뒤에 붙어 시동을 켜고 에어컨을 가동한다. 산은 관계자는 “인근 새누리당을 경비하는 경찰 경비인력 버스인데, 우리도 국책은행인 만큼 딱히 옮겨달라고 말하긴 힘들다”고 말했다.
전날 환경부와 서울시 경기도 등은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내년부터 노후 경유차의 수도권 진입을 원천 금지하는 강력 대책을 발표했다. 이와 상관없이 법을 집행하는 경찰버스는 국가가 제공하는 경유를 사용해 별다른 제재 없이 종일 시동을 켜며 냉방을 지속 중이다. 여의도 국회 주변뿐만 아니라 종로구 미국대사관과 서울시청 및 경복궁 인근에도 냉난방을 위한 경찰버스 공회전이 자주 발견된다.
경찰은 시동을 켜지 않는 대신 전기로 경찰버스의 냉난방을 하도록 한국전력에서 전력공급시설을 제공받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5일 밝혔다. 경찰청 경비국 관계자는 “장기적으론 천연가스 및 전기 버스로의 전환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