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진한 여고 동창생을 속여 뜯어낸 돈으로 호화 생활을 해온 인면수심의 40대 여성이 피해 여성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경찰청 광역수사대는 5일 여고 동창생인 친구를 속여 18년간 8억여원의 돈을 갈취한 권모(44·여)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
권씨는 지난 1998년 7월부터 최근까지 고교 동창인 김모(44·여)씨로부터 무려 2389차례에 걸쳐 8억여원을 가로챈 혐의다.
1991년 같은 고교를 졸업한 두 사람은 재학 중에는 서로를 몰랐다가 몇 년 후인 1994년 7월 다른 고교 동창의 소개로 알고 지내게 되면서 인연을 맺었다.
두 사람의 악연은 권씨가 김씨에게 친구의 교통사고 합의금 300만원과 사채업자에게 갚아야 할 급전이 필요하다며 400만원을 빌리게 되면서부터 시작된다.
처음 돈을 빌리면서 권씨는 김씨가 심성이 여리고 순진해 자신의 거짓말에도 전혀 의심하지 않는 것을 알고 김씨를 상대로 본격적인 사기 행각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당시 김씨는 아버지를 일찍 여위고 어머니와 동생들과 살면서 가정 형편이 어려워 야간 고등학교와 회사를 다니며 번 돈으로 생활비를 보태고 대학까지 졸업한 성실한 여성이었다.
권씨는 이런 김씨의 사정을 알면서도 여린 김씨의 마음을 이용해 돈을 뺏기 위해 김씨의 사주가 나쁘니 제사를 지내지 않으면 가족과 주변 사람이 죽는다며 제사비용을 빼앗았다.
그러던 중 김씨가 1998년 8월 어머니가 일본인 아버지와의 재혼을 위해 일본으로 함께 이민을 가게 되면서 두 사람의 악연도 여기서 끊어지는 듯 했다.
하지만 이 후에도 권씨는 김씨를 놓아주지 않고 제사비용을 보낼 것을 계속 요구해 김씨는 일본의 게임장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어렵게 번 돈을 수년 간 계속 보냈다.
이어 2009년 12월 김씨가 일본에서 귀국하자 권씨는 김씨에게 가족과 함께 있으면 불행해 지고 물장사를 해야 살수 있다고 속여 유흥주점에서 일하게 했다.
이어 권씨는 김씨의 성관계 동영상이 유포돼 이를 해결하려고 사채 6000만원을 빌려 썼다는 악랄한 거짓말로 돈을 뜯어내기 시작해 6년간 5억여 원을 빼앗았다.
김씨는 매일같이 유흥주점에서 일하면서 손님과 성관계로 번 돈을 하루도 빠짐없이 권씨에게 송금하면서 정작 자신은 찜질방과 고시텔을 전전하며 비참한 삶을 살았다.
또 권씨는 굿이나 제사에 사용할 음식을 사오라고 속여 자신이 먹을 치킨, 김밥, 해물탕 등을 매일 자신의 집으로 배달하게 하는 등 김씨를 노예처럼 부리기도 했다.
이 같은 권씨의 사기 행각은 김씨 에게서 더 많은 돈을 가로채기 위해 김씨를 위해 사용한 사채 때문에 자신이 교도소에 수감됐다고 속이던 중 들통이 났다.
김씨는 교도소에 수감됐다는 권씨의 수용 여부를 확인 하던 중 권씨가 수감돼 있지 않은 사실을 확인 하고 그동안 자신이 권씨의 거짓말에 속았다는 사실을 알고 경찰에 신고했다.
그동안 김씨가 권씨에게서 보낸 돈은 금융거래 내역 확인이 가능한 액수만 8억여 원이며 김씨가 주장하는 피해 금액은 이보다 많은 12억∼13억원에 달한다고 경찰은 밝혔다.
권씨는 이렇게 20여 년 간 김씨에게서 받은 돈으로 해외여행을 가고 부산의 고급 전세 아파트에 살면서 백화점 VIP멤버 혜택을 누리는 등 호화생활을 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권씨의 아파트 전세보증금 2억9000만원을 기소 전 몰수보전 신청하는 한편 권씨의 계좌에 돈을 입금한 여성이 더 있는 것을 확인하고 추가 피해 여부를 수사 중이다.
창원=이영재 기자 yj3119@kmib.co.kr
이런 '악질' 여고동창생도 있다니...순진한 친구 18년간 무려 2389차례 8억원 뜯어
입력 2016-08-05 1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