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뒷담/예산실 이삭줍기

입력 2016-08-07 11:55
기획재정부 예산실은 다음달 초 발표 예정인 내년 예산안에 대한 막바지 작업에 한창이다. 각 부처와  공공기관 등과의 협의는 이미 끝난 상태로 예산실 내부의 최종 검토만 남은 상황이다.
 지난달까지 예산을 따내려는 외부인들도 가득 들어찼던 기재부 3층 복도도 한산해졌다. 그러나 8월이 넘어서도 삼삼오오 예산실이 있는 3층 복도를 배회하는 외부기관 예산담당자들이 종종 눈에 띈다. 예산실에서는 이들을 이삭줍기꾼들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예산실과의 협의 절차는 끝났지만 마지막까지 예산을 한 푼이라도 더 따내기 위해 휴가철에도 예산실 복도를 배회하고 있다.
 예산안은 통상 해당 기관과 예산실 간에 수개월 동안 수십 번의 줄다리기 끝에 확정된다. 예산실은 이런 예산 심의 과정을 ‘잔디 깎기’에 비유한다. 깎고 또 깎아 꼭 필요한 사업만 솎아낸다는 의미다. 이런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최종심의 과정에서 예산안이 바뀌기는 쉽지 않지만, 이삭줍기꾼들은 마지막까지 담당 사무관의 일거수일투족을 쫓고 있다.
 이삭줍기는 의외로 쏠쏠하다는 후문이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7일 “예산 편성 막바지에 이르면 기대치 않던 사업 증액이 쉽게 됐던 전례가 있었다”면서 “갑자기 담당 사무관이 ‘그때 증액 요구했던 사업이 뭐였죠’라는 질문을 던질 때를 대비해 담당 인력들을 철수시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예산실 관계자도 “최종심의 과정에서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까지 숫자가 비어 급하게 대체할 경우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면서 “사람 심리가 마지막까지 노력하는 쪽에 마음이 더 가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