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티 크라우드 펀딩은 지난달 25일 시작됐습니다.
펀딩 주인공은 디시인사이드 카툰-연재 갤러리에서 활동하는 아마추어 만화가 ‘카광’입니다. 카광은 스스로 ‘그림 실력보다는 외모도 압도하는 비주얼 훈남 작가’이며 ‘수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다’고 소개했는데요.
‘혼자 국밥먹는 만화’를 직접 그려 유명세를 타자 혼밥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취지는 간단합니다. 눈치 보지 않고 혼자 밥 먹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건데요.
젊은 학생이 왜 혼자 먹어?
혼자라서 들었습니다. 혼자서 밥을 먹으면 안 되는 걸까요? 아니요. 혼자 밥을 먹는다는 사회적 인식을 개선해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식당에 가서 혼자 밥 먹는 걸 두려워합니다. 사회적인 인식이 바뀌어 누구나 뷔페와 고깃집에 가서 1인분을 시킬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혼밥의 시작, 혼밥티와 같이 시작하세요. 이제 두려워서 바쁜 척 하면서 편의점에서 한 끼 때우지 마세요. 시켜먹지 마세요. 당신은 혼밥티와 함께라면 더 이상 혼자가 아닙니다.
카광은 재치 넘치고 유머러스한 설명을 곁들였습니다. 혼자 밥을 먹으며 당당함을 표출할 수 있는 장점 외에도 걸레나 행주로 활용할 수 있고 기울어진 가구 밑단에 넣어 활용할 수도 있다고 썼습니다.
또 변기 위에 도시락을 올려 넣고 먹는 ‘아싸(아웃사이더)’나 독특한 유니폼을 입고 싶은 업주님, 경제관념이 없고 돈 무서운 줄 모르는 분, 최근 월급을 받아 기분이 하이하신 분 등에게 추천한다는군요.
한 장에 2만원인 혼밥티에 네티즌들은 열광했습니다. 오는 9일까지 40만원을 목표로 시작된 크라우드 펀딩에는 5일 오전 10시 현재 465명이 후원해 총 1259만여원이 모였습니다.
카광은 네티즌들이 폭주하자 당황한 듯 합니다.
그는 지난달 말 250장에 달하는 주문이 쇄도하자 ‘대체 티셔츠를 왜 사는 거야? 250장은 언제 배송해야 돼? 업체랑 계속 전화로 미팅하고 액셀로 주소 따고 일일이 주소 쓰고 박스 하나하나 포장하고 박스 5개씩 들고 우체국에 나를 생각하니 진지하게 포기하고 도망칠까 고민 중. 스무 장 정도면 재미있겠다 시작했는데 일이 너무 커져버렸다’고 적었습니다.
카광은 심지어 구매 자제를 요청하기도 했는데요.
‘여러분 생각보다 입고 다닐 일이 없을 겁니다. 저희 집에 에어컨이 없어서 포장을 하고 우체국에 왔다갔다 하기는 너무나 고통스러울 것 같습니다. 구매 자제 부탁드립니다.’
네티즌들은 그러나 “야이~ ㅎㅎㅎ 그래서 혼밥티 안 팔 거야?”라며 더 열광했습니다.
최근 인터넷의 화두였던 메갈 티셔츠와 비교하는 네티즌들도 있습니다. 메갈 티셔츠는 남성혐오를 부추기는 매개체였지만 혼밥티는 네티즌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할 뿐만 아니라 나홀로가구 급증에 따른 사회적 현상마저 공론화시켜준 즐거운 이벤트라는 것입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