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제표 오류 못 잡아낸 회계법인, 배상 책임 없다"

입력 2016-08-05 09:34
부실 재무제표를 적발하지 못하고 ‘적정’ 의견을 제시한 회계법인에게, 뒤늦게 오류가 드러났다고 해서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외부감사 회계법인은 재무제표에 대한 의견을 표명하는 일을 하며, 재무제표 자체가 왜곡된 것인지 보장하는 건 아니라는 판단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1부(부장판사 김영학)는 건설업체 A사가 B회계법인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5일 밝혔다. A사는 2011년 경기도 고양삼송지구 택지개발사업 조성공사를 또다른 건설업체 C사로부터 도급받으면서 현금과 어음을 받았다. 하지만 C사가 이듬해 기업회생 절차를 밟으면서 약속된 어음은 지급받을 수 없게 됐다.

A사는 “B회계법인이 C사를 제대로 외부감사 하지 않아 손해를 입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조사 결과 B회계법인은 C사의 260억원대 채무 보증을 우발부채로 기재하지 않았고, C사가 다른 업체에 빌려주고 돌려받지 못하는 30억여원에 대해 ‘대손충당금’ 설정을 하지 않았다.

재판부도 “감사인에게 재무제표에 대한 적정한 의견을 표명하지 못해 이해관계인이 입을 수 있는 손해를 방지해야 할 주의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회계법인의 잘못이 아니라는 판결이었다. 재판부는 “부정이나 오류에 의한 재무제표의 중요한 왜곡이 사후적으로 발견됐다는 이유만으로 회계법인이 감사업무를 부적절하게 했다거나 감사기준을 준수하지 않았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외부감사 회계법인의 역할을 “회계감사기준에 따라 회사에서 작성한 재무제표에 대해 ‘의견’을 표명하는 것”으로 규정했다. 이어 “회사의 재무상태나 경영성과가 양호함을 보장하거나, 재무제표에 중대한 왜곡이 없음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결국 A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B회계법인의 부실 감사를 인정하기 부족하다는 판단이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