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현 목사 '성폭행' 피해자 "이제와서 왜 그러느냐고?"

입력 2016-08-05 00:01 수정 2016-08-05 00:01
사진=이동현 목사.

이동현 목사 사건을 진술한 피해자가 장문의 편지를 통해 심경을 전했다.

뉴스앤조이는 지난 4일 이동현 목사의 ‘성폭행’ 기사가 나간 뒤 며 편지내용을 공개했다.

공개된 편지에서 피해자 A씨는 “많은 사람이 왜 이제야 이 이야기를 꺼내 놓는지 궁금해 한다고 들었다. 저는 보복 의도 없이 2007년 있었던 유럽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후, 저와 같이 외로움 속에 아무에게도 말을 못하고 고통스러워하고 있을 아이가 있는 것 같아 용기를 내어 인터뷰 요청에 응했다”고 밝혔다.

사진=뉴스앤 조이 화면 캡처

이어서 A씨는 “성직자 성 관련 스캔들, 성범죄, 성추행 문제가 있는 사람이 단 한 사람뿐이겠는가?”라며 “치료받는 과정에서 저와 비슷한 사례, 더한 경우를 보고 들었다. 더 어린 나이에 발생한 일일수록 한 인간이 더 기능을 못 하는 정도로 상처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또한 “한 사람만 처벌하고 생매장해서는 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이 사회가, 교회 제도가, 잘못된 문화와 인식이 성도들뿐 아니라 성직자들까지도 성범죄에서 보호해 주지 못하고 있다. 양쪽 다 보호해야 한다”며 A씨는 5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피해자 A씨가 제시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전국 학교에서, 교회학교에서, 학원에서 그리고 어린이, 청소년을 상대로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모든 기관에서 미성년자와 성인과의 위계 관계, 위력 관계에 대한 개념 교육과 성교육을 학생, 교사 양쪽에 철저하게 의무화시켜 주십시오. 그리고 신고 제도도 의무화해 주십시오. 성범죄를 인지하고도 신고하지 않을 경우, 처벌받게 해 주십시오. 미성년인 피해자가 안심하고 상담할 수 있는 곳이나 전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주십시오.

둘째, 대한민국 모든 신학대학교와 가톨릭, 불교를 비롯한 모든 종교 지도자 양성 학교에서 학교 규정으로 위계 관계 대한 의식과 성범죄 의식 교육을 잘 정리된 커리큘럼으로 만들어 졸업 필수과목으로 교육해야 합니다.

셋째, 제가 제 경험을 바탕으로 성직자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생각할 수 있는 규율들입니다.

A씨는 “빈방에 문을 닫아 놓고 성도와 단둘이 있지 않는다” “목회자는 절대로 성도에게, 특히 이성에게 안마를 요구하면 안 된다” “목회자는 성도의 허벅지에 함부로 손을 올리지 않고, 끌어안지 않는다. 특히 청소년 이성을 귀엽고 기특하다면서 정면으로 꼭 안거나 쓰다듬어서는 안 된다” “청소년, 청년 사역자는 공부에 몰두하고 있는 학생 신분에 있는 청소년, 청년에게 공부를 가르쳐 준다고 일대일로 만나자고 해서는 안 된다” 등 12가지의 다양한 기준을 제시했다.


넷째, 한 인간일 뿐인 종교 지도자에게 절대 권력을 주어서는 안됩니다. 특히 교회 울타리가 아닌 청소년, 청년 사역 단체일수록 다수의 위원회로 권력을 나누어 중요한 일을 결정하고 처리하십시오.

A씨는 “절대 권력을 주지 않는 것이 종교 지도자를 보호하는 방법이다”고 말했다.

다섯째, 만약 성경을 왜곡하여 여성 차별적 사상을 성도들에게 가르친다면 교회 위원회가 신고를 받아 제어할 수 있도록 구조를 만드십시오.

이동현 목사는 A씨에게 “하나님께서 남성을 더 공격적이고 정복욕이 강하도록 창조하셨기 때문에 성적인 욕구가 강하며 실수하기도 쉽고, 또 실수해도 용서받을 수 있다는 원리를 가르쳤고, 여자는 소극적인 성향으로 창조되어 성적인 죄를 범하게 되면 큰일이 난다고 이야기했다”고 회상했다.

A씨는 “자신과 관계가 끊어지더라도 결혼하기 전까지는 절대 성적으로 문란하게 행동하지 말라고 가르쳤다. 어른이 되어 생각해 보니 이건 이동현 목사의 개인적인 소견이었다. 성경이 아닌 남성 지배 논리일 뿐이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A씨는 “지금 혹시라도 과거에 성직자와 성관계를 한 후 '주의 종을 죄에 빠지게 한 내가 죄인'이라는 수치심과 죄책감과 괴로움에 혼자 고문당하고 있는 분이 있다면 지금 혹시라도 목사 이름과 명예에 해를 끼치면 하나님나라에, 하나님의 이름에 누가 될까 두려워 도움을 청하지 못하고 있는 분이 이 글을 읽고 있다면 알아 달라”며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외롭더라도 포기하지 마세요. 제가 당신의 아픔을 이해합니다”라는 말로 글을 맺었다.

피해자 A(28)씨는 청소년시기였던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이동현 목사에게 수차례 성관계를 강요당했다. 이동현 목사는 목사라는 지위와 권위를 이용해 피해자 A씨를 정신적으로 조종하고 성적 욕구를 해소하는 분출구로 이용했다.

또한 이동현 목사는 “한국 사회에서 여자가 이런 식으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면 네 인생은 망한다”, “너 이래 놓고 이제 시집 어떻게 갈래”라며 A씨르 협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문이 커지자 이동현 목사는 지난 2일 “사역 초기 젊은 시절 실수한 것이 맞다”며 “모든 것을 깨끗하게 인정한다. 제가 범한 과오가 맞다”고 시인하며 전격 사퇴했다. 

한편, 라이즈업무브먼트도 오는 7일 오후 7시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2016 라이즈업코리아 807대회’를 예정대로 진행할 계획이었으나 3일 “많은 분의 조언을 겸허히 받아들여 전면 취소를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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