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 먼 곳으로 피서를 가는 대신 가까운 관악산 자락에서 책을 읽으며 한가한 시간을 보내는 것은 어떨까.
관악산 둘레길을 걷다보면 숲 속 요정이 사는 듯한 작은 집 하나를 만날 수 있다. 이곳은 방치된 관리 초소를 리모델링해 만든 ‘관악산 숲속 도서관’이다. 어린이 도서 1200권, 환경도서 800권을 보유하고 있다.
관악산 입구에는 우리나라 유일의 시(詩) 전문도서관인 ‘관악산 시 도서관’이 있다. 이곳 역시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매표소를 활용해 만들어진 곳으로 국내외 시집 4000여권이 비치돼 있다. 그 중에서도 박원순 시장과 금난새 지휘자 등 저명인사들이 시 도서관 개관에 맞춰 기증한 도서들을 눈여겨 볼 만하다. 도서관 뒤에는 관악산의 수려한 자연경관을 감상하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 향기쉼터’도 마련돼 있다.
낙성대공원은 관악산의 줄기로 관악산 등산로 및 둘레길이 시작되는 지점에 있다. 이 공원에는 두 개의 붉은 컨테이너 건물로 만들어져 강렬한 인상을 주는 낙성대공원 도서관이 있다. 그 중 규모가 작은 도서관은 유아용작은도서관으로 놀이형 도서를 비치해 공원에 나들이온 어린이와 부모가 함께 책을 읽으며 놀 수 있는 공간이다. 서울시민이면 회원증을 받아 누구나 책을 빌려볼 수 있으며 개관시간 이외에 무인 도서반납도 가능하다.
관악구는 구민 모두가 지식의 혜택을 골고루 누릴 수 있도록 ‘지식복지사업’을 펼치고 있다. 그 원동력은 2010년 취임한 유종필 구청장의 경험과 구정 철학이다. 국회도서관장을 지낸 유 구청장은 취임 후 구청내 도서관과를 신설해 ‘걸어서 10분 거리의 작은도서관’을 세우는 등 도서관 정책에 집중했다. 그 결과 공공도서관 1곳과 작은도서관 37곳을 지어 현재 공공·작은도서관은 43곳에 이른다. 도서관 회원수는 2010년 7만3092명에서 2015년 15만48명으로 2배 넘게 증가했다.
유 구청장은 “주민의 소득을 일시에 올려줄 수는 없지만 책의 향기를 통한 풍요로운 삶을 선물하고 싶었다”며 “관악구는 지식복지를 넘어 평생학습도시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
가까운 관악산 자락에서 책 향기와 함께 시원한 피서를
입력 2016-08-04 19:02